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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04. 2023

SF로 그린 슬픈 과거와 불안한 미래

영화 '크리에이터' 리뷰

SF 영화 '크리에이터'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부터 머리를 띵하게 만든다. 영화 포스터 홍보 문구로 사용된 'AI는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부터 다양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크리에이터'는 근미래인 206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고도화된 AI들에 의해 미국 LA에 핵공격이 시작된 후,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인류를 위협할 무기인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먼 미래인 2065년,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사회. 상상력으로 만든 세상이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겉면만 봤을 때에는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인공 지능 기술로 인해 인간과 AI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바로 눈앞에 다가오면서 우려하는 상황 'AI를 믿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토리텔링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인간적이지 못한 인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가 등장한다. 인간 대 AI의 전쟁 속에서 일부 인간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편을 들고, AI를 제거한 뒤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죽은 게 아니라 꺼진 것"이라고 외면하면서도 말이다. AI 로봇 알피는 "로봇들이 자유롭길 바라"라며 자유를 갈망한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세밀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인간과 AI의 공존하는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만드는 것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크리에이터'는 근미래뿐만 아니라 근현대사 레퍼런스들을 영화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다. AI 전멸과 AI를 만들어낸 창조주 제거를 목표로 노마드를 앞세워 친AI적인 뉴아시아를 침공한 미군의 행보와 이들의 무차별적인 학살은 과거 베트남 전쟁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 이라크, 아프간 전쟁을 연상케 하는 지점들도 눈에 보인다. 그래서인지 미군과 맞서 싸우는 AI 로봇들이 강대국들로부터 자유 평화를 되찾기 위해 전쟁에 참전했던 저항군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


'크리에이터'를 더욱 몰입도를 높이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 한몫하고 있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인간과 AI 사이에서 끊임없이 딜레마를 겪는 조슈아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고, AI 로봇 알피 역을 맡은 매들린 유나 보일스는 연기 경력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순수한 아이를 연기한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 놀라움을 안겨준다. 덕분에 조슈아와 알피의 동행 로드무비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SF 장르답게 볼거리가 매우 풍부하다. 영화 속 세계를 디자인하고 스튜디오에 거대한 세트장을 짓거나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크리에이터'는 실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마친 후 전체를 디자인해 편집 단계에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샷 위에 덧칠하는 '역설계'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CG의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큰 화면으로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여기에 배경음악은 '영화음악계의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한스 짐머가 맡았다.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이 영화가 펼쳐내는 스펙터클의 웅장함과 액션의 박진감을 더해 명불허전 클래스를 뽐낸다.


아쉬운 건,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구현한 뉴아시아에서 오리엔탈리즘, 와패니즘이 느껴진다. 최신식, 초문명을 이루는 미군에 비해 뉴아시아의 문명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고 뉴아시아가 다양한 언어로 구성되지 않고 일본어로 통일되어 있어 편협한 시각에 아쉬움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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