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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06. 2023

(웃기지 않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

영화 '30일' 리뷰

웃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음 한편에 크게 와닿거나 여운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웃음 포인트는 작위적이고 클리셰 비틀기를 시도하지만, 이 또한 진부하다. 그런데도 다시 한번 와달라고 손짓한다. 영화 '30일' 이야기다.


'30일'은 이혼하기 30일 전 동반기억상실에 걸린 한 노정열(강하늘), 홍나라(정소민) 부부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영화다.


영화는 시작부터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클리셰를 따라가는 척하면서 살짝 비틀어버린다. 결혼식으로 포문을 여는데 신랑이 주인공 노정열이 아닌 다른 인물이고, 결혼식장에 있어야 할 홍나라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슬픔에 빠진 노정열 앞에 등장한다. 둘은 불같이 사랑해서 골인하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서늘한 스릴러로 바뀌어 으르렁거리는 부부관계가 된다. 그렇게 법정 앞에서 치고받으며 다투는 모습까지 초장에 다 보여준다.


30일간 이혼숙려기간, 교통사고로 인해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 노정열과 홍나라. 모든 것이 리셋된 상황에서 부부는 연애하기 시작할 때로 돌아가 하나씩 채워나가며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설정은 조금 다르지만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송나희(이민정)-윤규진(이상엽)의 서사와 매우 닮아있다. 차별성을 준 것 같지만 결국 '30일'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 비슷한 결로 흘러간다.



하지만 관객들의 진입장벽이 낮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임에도 '30일'은 어떤 사유인지 남녀 캐릭터 간 부딪쳐 스파크 튀는 설렘이라던지 웃음이 새어 나오는 코마디 포인트가 보이질 않는다. 영화 '스물'에서 감칠맛 나는 호흡을 선사했던 강하늘-정소민 검증된 조합인데도 말이다. 아마 클리셰처럼 가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해내 보이겠다는 작위적인 연출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의도적으로 배치된 코믹 캐릭터들은 영화에 녹아들기보단 '나는 웃기는 포지션이다'라고 이마에 써붙여 놓고 열심히 웃겨보려고 용을 쓰지만 그 의도가 관객들에게 너무나 쉽게 읽혀 김이 샌다. 상당히 1차원적인 대사와 억지스러운 설정, 감동적인 순간을 방해하는 '빌런급' 유머 코드까지 환장할 따름이다. 


기본적인 설정들이 허술하다 보니 '30일'이 밀고 있는 두 남녀의 애증 섞인 스토리까지 집중할 수가 없다. 무리한 설정들만 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영화의 스토리는 제법 볼 만했을 것이다.


단점들이 튀어나오는데도 강하늘과 정소민의 연기는 '30일'이 내세울 만한 몇 안 되는 장점이다. 강하늘의 미워할 수 없는 지질한 연기,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소민의 직진 매력이 눈에 띄긴 하나 이들의 텐션과 시너지는 없다. 각자 역할만 소화하는 느낌이랄까. 


★★



해당 글은 헤드라잇에 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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