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레리나' 리뷰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거침없이 날려버리고 오로지 직진, 직진을 외친다. 분명 부실한 구성들이 있는데도 보다 보면 가려지는 경험까지 맛볼 수 있다. 핫한 충무로 커플 전종서, 이충현 감독의 신작 '발레리나'의 얄짤없는 핏빛 액션에 나도 모르게 끌리게 된다.
'발레리나'는 외톨이 생활에 익숙한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막역한 사이였던 중학교 동창인 발레리나 민희(박유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은 옥주는 한 걸음에 달려가지만, 이미 민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상태. 민희가 죽기 전 복수해 달란 쪽지를 확인한 옥주는 자신의 친구를 죽게 만든 빌런 최프로(김지훈)를 쫓게 되면서 본격 서사가 전개된다.
러닝타임 93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서 '발레리나'의 이야기는 매우 직관적이다. 영화 제목은 민희의 직업인 발레리나에서 따왔고, 옥주는 불법 포르노를 촬영하는 최프로를 쫓는 동안 만나게 되는 빌런들을 사정없이 단죄하며 복수한다. 동시에 최프로에 의해 감금된 여고생(신세휘)까지 구출해 낸다.
스토리가 단조롭다 보니 부실한 면도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서사나 설정에서 구멍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빈약한 서사인데도 금방 잊히게 만드는데, 이는 '본'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처럼 군더더기를 죄다 걷어내고 복수를 위해 분노의 질주를 펼치는 핏빛 액션을 향해 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일 것이다.
주연을 맡은 전종서는 특유의 시그니처 무표정과 몽환적 아우라를 활용해 액션 연기에 녹여낸다. 그래서인지 분노를 분출하기보단 피로 가득한 얼굴로 강약 조절하는 액션이 더욱 눈길이 간다. 무자비한 장면들도 거뜬히 소화해 낸다. 이충현 감독이 확실히 자신의 연인을 활용할 줄 안다.
그러면서 악역의 쓰임은 미화나 전사를 넣지 않는다. 김지훈의 최프로는 악랄함과 지질함의 끝을 보여주고, 짧고 굵게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그의 보스인 조사장(김무열)의 쓰임 또한 서사 없는 악역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운다. 퇴장까지 깔끔하다. '길복순'에서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강력한 응징과 복수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발레리나'가 보여준달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또 다른 인물도 있다. 무기 밀매상 콤비로 깜짝 출연한 원로 배우 주현, 김영옥이 제대로 시선강탈한다. 그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고정된 역할로 분했던 이들이 '발레리나'에 등판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연기를 펼친다.
또 '발레리나'는 90년대 유행하던 MTV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핏빛 액션 뮤비로 느껴지게 만드는데 이는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힙합 프로듀서 그레이의 공이 컸다. 얼터너티브 R&B와 신스웨이브, 힙합을 요즘 유행하는 전자음으로 구현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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