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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30. 2023

이렇게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열렸다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리뷰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근간을 찾아보면 2000년대 초반 봇물 터지듯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졌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영화인들에게 인정받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중심으로 개성 강한 명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냈고, '천만 영화'와 'N차 관람'의 시작점도 이때였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봉준호 감독 또한 "2000년대 초중반 영화제에 가면 ‘이런 감독들이 어디서 한꺼번에 나왔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라고 추억한다. 그를 포함한 순수한 열정으로 영화에 미친 상태로 영화에 매달렸고 영화광들이 있었기에 르네상스가 열렸고,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봉준호 감독이 대학교 재학 중 청춘을 바쳐 영화에 올인했던 시네필 공동체 '영화연구소 노란문'을 대중 앞에 소환한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당시 노란문 회원이었던 이혁래 감독이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소환함과 동시에 90년대 초 영화에 죽고 살았던 노란문 시네필들의 따뜻하고 찬란했던 추억과 열정을 자신의 앵글로 되짚는다.


90년대 초 평범한 영화 동아리 회원이었던 봉준호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첫 작품인 애니메이션 '룩킹 포 파라다이스' 상영회를 노란문에서 가졌다. 재밌는 건, 당시 영화를 봤다는 회원들의 기억들이 전부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를 시작으로 봉준호 감독과 노란문 회원들의 인연과 추억들이 하나 둘 소환되는데 어딘가 모르게 친근한 냄새를 풍긴다. 마치 대학교 앞 오래된 주점에서 술과 안주가 펼쳐진 상에서 두서없이 풀어놓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영화에 미쳐있던, 미쳐있는 청춘들 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안고 있는 이들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대를 불러 모으는 마력을 선보인다.  


그러면서 90년대 활동했던 시네필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는 내용들도 등장한다. 보고 싶은 영화를 구하기 위해 청계천 상가를 드나들었던 에피소드부터 컴퓨터의 보급, 죠그셔틀 리모컨 출시 등 90년대 초반 기억을 되짚는 맛이 탁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봉준호는 영화를 숏과 컷 단위로 분석하며 촬영과 연출을 익히기 시작했고, 노란문 동아리 회원들도 봉준호 못지않게 영화에 대한 진한 애정을 쏟는다.


후반부에는 다큐멘터리가 탄생하게 만든 문제작(?) '룩킹 포 파라다이스' 제작 후기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는다. ‘초록 들판 위 바나나 나무를 찾아가려는 고릴라 인형’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영화로 파라다이스를 찾고 싶었던 노란문 회원들의 지난날,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의 삶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몽글몽글한 감동을 전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까지도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전 세계가 극찬하는 거장 봉준호 감독의 청년 시절이다. 동아리 회원이었던 시절에 그는 영화를 어떻게 찍을 줄 몰라 답답해했던 청년이었고, 이를 회상하면서 수줍어하는 그의 모습이 새롭다. 또 노란문 회원들과 이야기 나눌 때에는 거장이 아닌 오래 알고 지냈던 대학교 선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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