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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11. 2023

무너져가는 MCU 혼자서 끌고 가네

드라마 '로키' 시리즈 리뷰

※ '로키' 시즌 1, 2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끝나고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퇴장하더라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오래갈 줄 알았다. 5년이 지난 현재, 멀티버스(다중우주)라는 새로운 뿌리를 두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던 MCU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멀티버스 개념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MCU가 밀어붙이고 있는 멀티버스를 이해하려면 디즈니+로 스트리밍 중인 '로키' 시리즈를 봐야만 한다. '엔드게임'으로부터 파생된 시리즈이긴 하나, MCU의 멀티버스를 가장 오랫동안 설명하면서 메인 스토리로 삼는 건 '로키' 뿐이다.


총 2개의 시즌으로 나온 '로키'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엔드게임 여파 탓으로 기존 타임라인을 무너뜨리게 된 로키(톰 히들스턴)는 '변종' 취급받으며 TVA(시간관리국)에 붙잡혀 가게 되고, 자신이 알던 세계는 멀티버스의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변종 로키'인 실비(소피아 디 마티노)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로키를 마주한다.


당사자인 로키나 드라마를 지켜보는 이들이나 '이게 말이 돼?'라고 혼란에 빠뜨리는 데 이것이 '로키'의 참맛이다. 마치 '트루먼쇼'나 '매트릭스'처럼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살았던 세계는 진짜가 아니며, 진실은 따로 있다는 음모론적 발상으로 자극한다. 어디 이뿐인가, 유일무이하게 타임라인을 사수하고 관리하는 TVA 또한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나 알고 보면 '계속 존재하는 자' 캉(조너선 메이저스)이 세워놓은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것.



이러한 음모론적 발상으로 발현된 가짜 세상과 진짜 세상의 이야기는 '로키' 시리즈 전반부를 관통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히어로 장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각인시켜 줬다. 동시에 멀티버스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MCU 영화와 드라마 모두 정주행 하는 데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맡았다.


이 바통을 이어받아 '로키' 시즌 2는 신성한 시간선 외의 시간 분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시간 직조기의 폭주를 막고 무너지는 시간선들을 바로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로키 일행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키와 모비우스(오웬 윌슨)는 TVA 가이드와 시간 직조기를 만든 장본인 빅터 타임리(조너선 메이저스)를 과거에서 데려오기까지 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로키는 타임슬립 능력을 얻게 됐으나 계속 앞으로 돌려도 결과는 그대로였다.


결국 로키는 '트루먼 쇼'의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가 취했던 행동과 비슷한 선택을 한다. TVA를 처음 방문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 신성한 시간선을 홀로 파괴한 뒤 자신이 새로운 시간선을 만들어 통제하게 된 것. 그의 희생 덕분에 TVA는 물론 인류, 멀티버스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시간선들을 하나씩 부여잡고 끌고 가는 로키의 모습이 마치 무너져 내리고 있는 MCU의 크고 작은 허술한 '시간선'들을 '로키'가 홀로 부여잡고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요 근래 공개된 다른 MCU 작품들과 비교해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어 "믿을 건 '로키' 뿐이다"라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공개될 MCU에서 로키가 가장(?)으로서 활약할지도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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