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Nov 13. 2023

고독정식보단 시끌시끌 투게더지

영화 '더 마블스' 리뷰

쓸쓸한 고독정식을 먹는 것보단 시끌시끌하지만 투게더가 더 보기 좋다는 걸까. 솔로보다 팀이 낫다고 '더 마블스'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너무 재미없고 유치하게 풀어낸다는 게 아쉽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3번째 영화이자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실사영화인 '더 마블스'는 우주를 지키는 최강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티요나 팰리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새로운 팀플레이를 펼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캡틴 마블 캐릭터 설정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압도적인 능력치를 지닌 '먼치킨'에 가깝기 때문에 재밌게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크리족 리더이자 빌런인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자신의 나라 할라를 구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템 퀀텀 뱅글과 그로 파생된 점프 포인트 여파로 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그리고 미즈 마블이 서로 엮이게 되는 스토리로 밸런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캡틴 마블과 모니카 램보, 그리고 미즈 마블의 케미가 형성되는 전반부는 재밌다. 통통 튀는 하이틴 히어로 미즈 마블의 다이내믹하고 경쾌한 에너지와 모니카 램보의 차분함과 묵직함,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캡틴 마블의 아우라가 조화로웠다. 퀀텀 뱅글로 인해 생성된 점프 포인트 영향으로 초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스위칭되는 장면과 액션들도 신선했다.


다만 '더 마블스'는 MCU 영화로만 정주행 중인 이들에겐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른 MCU 영화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긴 하나 디즈니+에서만 스트리밍 가능한 '완다비전'(모니카 램보)이나 '미즈 마블'(미즈 마블), 그리고 '시크릿 인베이젼'을 보지 않았다면 80%가량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마블스'의 가장 큰 문제는 캡틴 마블을 필두로 더 마블스 팀이 결성되고 난 뒤부터다.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지구 구하기와 주인공이 내면 성장이 중심축을 차기하고 있으며, 외관은 화려하고 웅장하나 새로운 건 없다. 늘 봐왔던 MCU 클래스 딱 그 정도이며 캐릭터들의 서사는 빈약하고 일차원적이다.


'더 마블스' 내에서 캡틴 마블의 개인 서사 또한 공감할 틈이 없다. 이는 과거 AI의 지배로부터 크리족을 해방시켜 주겠다고 했으나 일차원적인 무력 파괴로 오히려 크리 내전을 불러와 '말살자'가 된 사연을 위키(wiki)스럽게 말로 설명하기에 연민이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는 "가장 정의로운 히어로이지만 그로 인해 미움도 가장 많이 받는다"고 과대 포장하나,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엔 역부족이다.


부족한 스토리를 더 마블스 대 다르-벤의 액션 신으로 채우는 것처럼 보인다. 자리가 바뀌는 스위치 현상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액션이 자연스럽긴 하나, 구성이 허술한 탓인지 뭔가 밋밋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또 '더 마블스'에는 박서준이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박서준은 노래로 소통하는 행성 알라드나의 왕자이자, 캐럴 댄버스와 정략 결혼한 왕자 얀을 연기하는데 '타령 총각'에 비견될 존재감을 뽐낸다. 분량은 4, 5분 남짓해 짧지만 확실하게 눈도장은 찍었다. 다만, 병맛 B급처럼 표현된 그의 캐릭터에 대해선 호불호가 꽤나 갈릴 것이다. '이터널스'의 마동석처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더 마블스'는 개봉하기 전부터 MCU의 PC주의와 출연자의 페미니즘 이슈 등으로 인해 좋지 못한 평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이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스들을 지녔음에도 100%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쓸쓸한 솔로 플레이보단 팀플레이가 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지만, '더 마블스'를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는 관객들의 기대치와 수준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



해당 글은 헤드라잇에서 발행됐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너져가는 MCU 혼자서 끌고 가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