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2' 리뷰
※ '독전' 1, 2편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빈틈없이 꽉 채워나가는 플롯이 좋지만, 때로는 공백을 두는 게 오히려 나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독전' 제작사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렸다. 1편에 남겨둔 스토리의 공백을 채우면 더 근사할 것이라는 믿음에 앞서 2편을 꺼내보였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이자 실체 없는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조원호(조진웅)와 이를 돕는 조직원 서영락(류준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독전'이 5년 전 개봉해 520여 만 명 관객을 동원했던 이유는 단순히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게 아닌, 영어제목에 걸맞게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홀로 싸워나가는'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또 출연진들의 물 오른 연기력과 떼깔이 좋은 영상미, 음악 구성도 눈도장을 받았다.
이렇게 잘 마무리된 '독전'인데 2편으로 컴백했다. 이미 끝맺음을 맺었는데 새롭게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제작사인 용필름은 1편 스토리 중 용산역에서 펼쳐진 지독한 혈투 이후 노르웨이에서 원호와 영락이 재회하기까지 30일 간 사이 이야기를 채우는 '미드퀄' 형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변화도 생겼다. 1편에서 서영락과 보령 역으로 존재감을 뽐냈던 류준열, 진서연이 하차하게 됐고, 이 자리를 오승훈, 한효주가 채웠다. 오승훈은 서영락 역으로, 한효주는 새로운 빌런 섭소천 역을 맡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전2'는 '독전'이 깔아 두었던 것들을 모조리 흩트려놨다. 2편으로 나오는 만큼, 전편과는 다른 차별점 혹은 개성이 있어야 하지만 시리즈로서 연속성을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독전2'는 1편과는 동떨어진 느낌에 서사마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독전2'의 가장 문제점은 1편의 장점이자 매력이었던 조원호와 서영락 간 애틋하고 끈끈한 유대관계가 실종됐다. 서로를 향한 믿음과 의심 속에서 피어나는 묘한 케미가 단조롭게 바뀌었고, 이와 맞물려 스토리에 중요한 한 축이었던 서영락 캐릭터의 존재감이나 캐릭터를 향한 연민, 호감 지수 등도 미미해졌다.
그리고 원호가 오랫동안 집착해 왔던 인물 이선생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다. 차라리 1편 스토리처럼 서영락이 진짜 이선생이었다고 마무리하는 게 나았다. 이선생 찾기를 향한 이상한 집착 덕분에 1,2편과 스토리 및 설정이 뒤엉키고 새로운 빌런 섭소천 또한 생각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불필요하게 잔인한 액션만 낭자했고, 2편으로 넘어오면서 비중이 커진 브라이언 역의 차승원만 고군분투했다고 평할 정도다.
결국 '독전2'는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 편으로 꺼내놓은 다른 작품들이 으레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면치 못했다. 때로는 공백의 여운이 빽빽함보다 더 뛰어날 때도 있거늘, '독전2' 제작진은 이를 간과했다. 다행이라면, 후속작이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된 점이다. 극장 개봉이었다면, 처참한 스코어를 기록하며 가슴 아팠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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