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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22. 2023

떠난 뒤에야 느끼는 당신의 빈자리

영화 '페르소나: 설리' 외 3편 리뷰

한 편 한 편 공들여서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2023년 11월 2주차와 3주차에 개봉한 영화들을 한 데 모아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페르소나: 설리',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그리고 '뉴 노멀'이다.




'페르소나: 설리'



'페르소나: 설리' 속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에서 4(설리)는 "마음이란 건 뭘까요"라는 한 마디를 던지며 고요한 호수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그가 던진 말 때문인지 마음이 과연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 질문을 던진 설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먼저 '4: 클린 아일랜드'는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며 욕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4가 어느 순간 '나'로 보이면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설리의 실제 삶이 투영되어 있는 듯했다. 이 작품을 통해 설리의 연기는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고 설리의 유작인 '도로시'를 모티브 삼아 탄생한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는 설리와 본캐 최진리가 느꼈던 일상, 고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그의 말과 표정 등은 팬들을 기쁘게 만들지만, 인터뷰 질문은 어딘가 모르게 답정너 식으로 유도하는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을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하나다.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을 굳이 불편하게 할 만큼 수위를 높일 이유가 있었을까. 그렇다고 높은 수위가 작품의 완성도로 직결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드보일드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건 만큼 영화 수위는 매우 세다. 마약, 폭력 등 잔혹한 범죄 시퀀스들을 필터링 없이 보여준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악마성을 보여주고자 의도된 장치인 것은 알겠다만, 자극을 위한 자극용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또 주인공 우철(박성웅)과 명주(서지혜)의 멜로는 뜬금포로 다가와서인지 전혀 와닿지도 않는다. 여기에 과거 작품들에서 볼법한 예스러운 연출과 대사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결국 불쾌함과 진부함으로 점철된 뻔한 '한국형 누아르'가 되어버렸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게임: 더 파이널'이 공개된 이후  8년 만에 프리퀄로 돌아왔다. '헝거게임' 4부작을 관통하던 메인 빌런이자 독재자 콜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젊은 시절을 담아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원작자 수잔 콜린스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다시 한번 '헝거게임' 세계관 확장을 노렸다.


그러나 본편만큼의 다양한 매력포인트, 흡입력은 떨어진다. 4부작은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의 시점으로 풀어내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했으나,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주야장천 스노우의 삶을 설명하는데에만 공을 들인다. 그래서 감정이입할 지점이 사라진 것이다.


스노우 캐릭터에 대해 설명을 할애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헝거게임의 재미, 스노우(톰 블라이스)와 루시 그레이 베어드(레이첼 지글러) 간 로맨스, 주변 인물과의 관계성, 긴장감 등이 밋밋하다. 그저 '헝거게임' 팬들을 위한 보너스에 불과하다.


★★☆



'뉴 노멀'



비현실적인 귀신이나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괴담보다 끔찍한 범죄뉴스가 우리에게 훨씬 더 강력한 공포가 됐다. 공포물의 대가 정범식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괴담이 아닌 현실 속 공포를 소재 삼은 '뉴 노멀'로 컴백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영화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택해 각자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한밤 중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갑자기 찾아온 의문의 점검원, 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돕는 중학생, 데이트 어플로 매칭이 된 상대방을 기다리는 젊은 여성, 음료수 자판기에서 의문의 러브레터를 발견한 남자, 옆집 여성을 매일 훔쳐보고 몰래 촬영하는 백수, 진상 고객들 때문에 매일 피로한 편의점 알바생들이 겪는 현실 공포는 제각각이나 등장인물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뉴 노멀 시대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


허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스릴러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엔딩 크레딧에 언급된 것처럼 아이디어 영감을 받은 일본 단편 드라마 '토리하다'와 스토리가 너무 비슷하다. 현실 스릴러 장르는 '뉴 노멀' 이전에도 등장하고 있었기에 새롭게 보이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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