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Aug 10. 2021

유치하지만 훈훈함 넘치는 소년만화

드라마 '라켓소년단' 리뷰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을 보고 있자면, 문득 마미손의 '소년점프' 가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전형적인 클리셰처럼 주인공이 초반에 고통받는 모습은 이후 이어질 이야기에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며, 넘어지고 쓰려도 굴하지 않고 모험하는 주인공이 마치 이 드라마를 예언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드라마는 겉모습만 보면 흔한 소년만화 공식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윤현종(김상경), 윤해강(탕준상) 부자는 하루아침에 서울에서 한반도 땅끝인 전남 해남으로 떠밀려 갔다. 이들이 마주한 해남서중 배드민턴부는 존폐위기에 몰려 있었고,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윤해강은 다시 배드민턴 라켓을 잡게 되는 내용이다.  


집필을 맡은 정보훈 작가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비교한다면, '라켓소년단'은 확실히 촌스럽고 일부 유머코드나 설정 등은 소년만화 같은 유치 찬란한 맛도 있다. 그런데도 자꾸 보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기는 진득한 메시지와 무해함 가득한 캐릭터들의 성장 때문이다.  


사진=SBS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이 미성숙했다. 그렇기에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실패 및 사건들이 에피소드별로 소소하게 나타났다. 다른 작품들이라면 드라마틱하거나 선과 악을 확실히 구분 지으며 갈등을 유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라켓소년단'에는 '고통유발자'는 있어도 빌런은 없었다. 또 이들을 최대한 밉지 않게 표현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부터 정보훈 작가가 밀어붙이는 성선설의 연장선인 셈. 


그러면서 누구나 실패를 발구름판처럼 딛고 장애라는 뜀틀을 넘을 수 있는 구름판을 깔아뒀다.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방윤담(손상연), 나우찬(최현욱), 이용태(김강훈), 정은솔(김민기)부터 윤현종-라영자(오나라) 부부, 도시생활에서 입은 상처를 앓고 있던 도시부부(정민성-박효주), 신여사(백지원)까지 말이다. 여기에 체육계의 폐해를 어색함 없이 적절하게 녹여내 스포츠 드라마의 본분도 다했다.

  

'라켓소년단'에서 인상적인 건,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에 어른들이 주객전도식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격려하는 정도에 머물며 선을 지켰다. 그래서 어린 청춘들에게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최근 지상파를 포함한 국내 드라마에선 '자극성 없는 드라마', '청소년 드라마' 두 가지 키워드를 찾기 거의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라켓소년단'이 유독 반갑게 다가왔다. 화려하거나 세련됨은 부족할지라도 슴슴한 평양냉면처럼 깊게 배인 맛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었다.


★★★☆


사진=SBS


매거진의 이전글 모험적이지 못한 모험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