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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11. 2021

모든 게 무너졌는데 웃음 나오는 아이러니

영화 '싱크홀' 리뷰

영화 '싱크홀'은 곱씹을 볼수록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니 말이다. 양립하기 힘든 모순을 '코믹 재난' 장르로 풀어냈다.


언제나 그랬듯, 뻔한 코믹 영화 클리셰처럼 문을 열었다. 11년 만에 서울에 자기 집이 생긴 동원(김성균) 가족. 이사 첫날부터 아랫집 이웃 만수(차승원)와 부딪치면서 인물 간 관계를 소개했다. 그러다 동원은 회사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는 등 내 집 마련을 자축했다.


'싱크홀'의 아이러니는 여기서부터 드러났다.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유머 등이 웃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허덕이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정대리(이학주)가 산 아파트가 2억이 뛰어올랐다는 말에 김대리(이광수)는 놀랐고, 동원과 두 사람은 창 너머 있는 초고층 아파트는 로또 당첨돼도 살 수 없다며 신세한탄을 했다. 이는 청년실업 이야기를 다뤘던 '엑시트'의 도입부와도 닮아있다.  



그러면서 거실 바닥 한쪽으로 굴러가는 구슬 등 싱크홀의 조짐을 깔아두었고, 러닝타임 30분쯤 지났을 때부터 본격적인 재난에 직면했다. 동원이 살던 청운빌라는 싱크홀로 인해 갑자기 지하 500미터로 푹 꺼졌다. 이때부터 웃음기도 사라졌다. 


지하 500미터로 추락한 동원, 만수, 김대리, 은주(김혜준), 그리고 승태(남다름)는 구멍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폭우까지 퍼붓고 있어 절망적인 상황. 마치 도입부에서 잡을 수 없는 집값에 좌절한 모습을 상징하는 듯했고, 스스로 긴급재난에서 탈출한 '엑시트'와는 대조되는 부분. 


그런데도 이들은 생존을 목표로 진흙탕 속에서 사투를 벌였고, 이는 꽤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들이 가진 작은 불빛은 마치 어려움 속에서도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웃음을 연상케 했다. 코믹스러움도 지나치게 인위적이나 소모적이진 않았다. 보기에 따라 약간 과장된 것처럼 보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 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선 웃음 후 감동' 클리셰를 순응해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려운 길을 택한 김지훈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다만, '싱크홀'에도 몇 가지 허점은 존재한다. 재난영화에 항상 등장한다는 희생자들이 여기서도 나오기에 코믹재난장르라고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또 500미터 추락하는 청운빌라의 모습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는 CG도 눈에 쉽게 밝힌다. 이것이 '싱크홀'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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