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틱, 틱... 붐!' 리뷰
OTT 플랫폼이 날이 갈수록 발달한 탓에 극장에 찾아가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유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차피 나중에 OTT에 풀릴 건데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정식 공개하기 일주일 전 일부 극장에 선개봉한 '틱, 틱... 붐!'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틱, 틱... 붐!' 만큼은 극장서 봐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넷플릭스가 왜 일부 극장을 통해 먼저 선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뮤지컬 '렌트'를 본 이들이라면 다 아는 극작가 조너선 라슨의 유작이자 미완성 자전 동명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서 핫한 연출가 린-마누엘 미란다의 손을 거쳐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영화 연출 입봉작 주인공인 조너선 라슨 역은 앤드루 가필드가 연기했다.
'틱, 틱... 붐!'은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오기 전에 직접 쓴 뮤지컬을 올리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힌 조너선 라슨(앤드루 가필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8년간 뮤지컬 '슈퍼비아' 집필에 매달리는 동안, 그와 같은 꿈을 꿨던 인물은 하나 둘 떠나갔다. 애인 수잔(알렉산드라 십)도 절친 마이클(로빈 데 헤수스)도 현실과 타협해 다른 길을 택했다. 여기에 '슈퍼비아' 워크숍을 앞두고 생겨나는 변수들에 존이 품고 있던 불꽃은 끊임없이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면서도 꿈을 향해 험난한 길을 조금씩 한 걸음 내딛는다.
'틱, 틱... 붐!'이 들려주는 맨해튼의 가난한 극작가의 이야기만 떼어놓고 본다면, 진부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틱, 틱... 붐!'에선 뻔함을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린-마누엘 미란다의 독특하고 기발한 연출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재기 발랄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존이 느끼는 감정이나 상황에 맞춰 역동적인 록부터 파티와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 내적 갈등을 암시하는 진지한 발라드까지 적재적소로 활용된다. 마치 '라라랜드'와 흡사한 자연스러움이랄까.
그중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이자 존의 현 모습을 반영한 아르바이트 신과 이를 'Sunday'로 표현하는 연출은 조너선 라슨이 느끼는 꿈과 현실 간 괴리에 한껏 과몰입하게 만든다. 또 존의 고뇌가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 공원 신은 'Why'로 극대화시킨다. 해당 넘버에서 앤드루 가필드와 로빈 데 헤수스의 호흡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조너선 라슨으로 분한 앤드루 가필드의 존재감도 '틱, 틱... 붐!'을 보는 내내 사로잡는다. 120분 러닝타임 동안 그는 앤드루 가필드가 아닌 한 명의 조너선 라슨으로 환생해 완벽하게 살아 숨 쉰다. 그의 눈빛과 표정, 손짓만으로도 30년 전 그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지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덧붙이자면, '틱, 틱... 붐!'에서 보여준 앤드루 가필드의 열연은 내년 오스카 후보에 올려놔도 괜찮을 수준이다. 눈이 가는 배우를 하나 더 꼽자면, 존의 절친 마이클로 등장하는 로빈 데 헤수스. '틱, 틱... 붐!' 신스틸러라고 봐도 좋다.
19일이 되면 넷플릭스를 통해 편안하게 집에서 '틱, 틱... 붐!'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극장에서 관람하길 권장한다. 안방에서 보기엔 '틱, 틱... 붐!' 속 다양한 넘버와 캐릭터들의 진한 감정선을 온전히 느끼는 데 제약이 많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