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뉴 이어' 리뷰
1990년대 후반 크리스마스 및 연말을 대변하는 영화는 '나홀로 집에' 시리즈였다. 적당하게 코믹스러우면서 가족영화의 진수답게 따뜻함도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3년 '러브 액츄얼리'가 개봉하면서 1인자 자리가 바뀌었다. 그 후 '러브 액츄얼리'가 이 시즌 대표 간판으로 급부상했고, 이를 표방한 비슷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곽재용 감독이 연출한 '해피 뉴 이어'도 '러브 액츄얼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사이의 배경, 초호화 출연진, 별개인 것처럼 보이나 하나로 얽혀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누구나 진입하기 쉬운 로맨틱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해피 뉴 이어'는 연말연시의 분주한 호텔 엠로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15년 짝사랑녀' 소진(한지민)과 그의 남사친 승효(김영광), 여친 영주(고성희)의 삼각 로맨스를 시작으로 호텔 대표 용진(이동욱)과 계약직 이영(원진아)의 사내 로맨스, 어쩌다 비대면 로맨스를 하게 된 재용(강하늘)과 수연(임윤아)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여기에 의리와 현실서 고민하는 이강(서강준)과 상훈(이광수), 40년 만에 재회한 캐서린(이혜영), 상규(정진영), 풋풋한 10대 세직(조준영), 아영(원지안). 운명을 찾는 진호(이진욱)까지 총 14명의 메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러다 점점 이어지는 지점들이 보이면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그러나 '러브 액츄얼리' 만큼 임팩트를 전혀 주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2021년인데도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 의도는 너무나 '레트로'다. 다시 말해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촌스럽고 구시대적이라는 뜻이다. 밑도 끝도 없이 사랑을 예쁘게만 포장해서 보여주려는데 급급하다.
비겁하게 고백하지 못한 채 결혼 예정인 승효를 훼방하려는 소진을 '순수한 짝사랑'이라고 예쁘게 포장하고, 고용자-피고용자 불편한 관계임에도 배려 없이 이영에게 호감을 표하고 들이대는 용진에겐 신데렐라 스토리를 적용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현시점 관객들이 납득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러니 감정이입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이야기를 설명하기엔 138분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 14인 14색 이야기라고 했으나, 소진의 삼각관계 비중에만 쏠린 나머지 멀티 캐릭터들까지 살필 겨를이 없다. 결국 일부 캐릭터들은 있으나마 나한 존재로 전락했고, 깊이도 턱없이 얕다. 그러니 몰입도도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구축하고도 배우들마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한지민이나 멋진 남사친으로 각인된 김영광, 숨통 틔는 지질함을 드러낸 강하늘, 은은하게 여운을 남겼던 이혜영·정진영 정도다. 이런 실망스러운 연말 선물은 더는 받고 싶지 않다. 예쁜 포장지에 속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