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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수플레 Jun 19. 2024

소나기

글약-사랑을 만나는 시간(vol2. 첫사랑)



나에게 첫사랑은 하늘색 옥스포드 셔츠에서 나는 비누 향기다.

그냥 가만 있어도 손을 잡고 싶은 설레임이다.

너는 서점 주인이 꿈이어서 늘상 책을 손에 놓지 않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우리는 게임을 좋아해서 오락실에서 데이트를 했고, 네 덕에 여자치고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스트라이커즈3는 1-4까지도 갈 수 있었고 가끔은 소울칼리버에서 남자를 이길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날도 무색하게 나를 외롭게 만드는 날이 많았다. 재수를 해야해서 군대를 가야해서 휴가 나오면 친구를 만나야해서.

나는 외롭다고 악을 쓰고 너는 그런 나를 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싸우던 날이 많아지고 니가 멀어지는걸 느껴야할때 잡아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던 그날들이 그때는 참으로 큰 고민이었는데,

지금와 생각해 보니 얼마나 철 없는 시절인가.


그래도 너를 만나는 동안에는 욕심 없이

해지는 여름날 맑은 석양처럼 사랑했다.

그냥 끌리는대로 사랑했고,

서로를 사랑해서 더욱 미쳤던 날들이었다.


전동성당 옆길 밤 가로등에

허리를 휘어 감고 키스를 하던 밤

내가 귀걸이 한짝을 떨어뜨리던 그날이

왜그렇게 생각이 날까.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았던 그밤

그렇게 그 순간이 영원이길 바랬다.


천변의 내 키를 넘는 풀들 사이로

우리는 헤어지기싫어 오랫동안 붙잡고

안고 입을 맞추며 내내 행복했던 가난한 사랑의 날들.

서로의 무릎에 누워 아무말도 없이 만화책만 봐도

오늘이 즐겁고 행복했다.


내일을 생각해야 할때에

때로는 우리의 어제를 후회해야 할때에

우리는 더이상 오늘을 생각할 수 없었다.



사랑했고, 사랑했던 그 맑고 빛나는 스무살.

그 스무살은 푸르른 여름을 참 닮았다.




그리고 나는 네가 오래도록 아프길 바랬다. 내 생각을 하며 후회하고 보고싶고 그립기를. 착하게 너를 보냈지만 사실은 네가 오래도록 나를 못잊기를 바랬다. 첫사랑으로 오래도록 너를 괴롭히고 결국엔 그래봤자 나는 올수 없어서 가슴을 치고 후회하기를 말이야. 그런데 후회하는게 너인지 나인지 모르도록 추억은 가슴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더라. 천변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고, 그때의 그 키 큰 풀들은 지금도 여전하더라.




우리는 수 많은 사랑 중에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정확히는 스무살 철없던 시절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 아마도 지금은 그렇게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치도록 원하고 원망하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던 그 날들은 참 여름날 소나기 같다. 한바탕 먹구름이 몰려와 퍼붓고 맑게 개이니, 너와 나 서로 이렇게나 솔직히 사랑해 본적이 있던가. 그렇게 퍼부은 사랑은 계산이 없더라.


계산 없이 상대를 사랑해 본적이 있나요? 가끔은 당신의 첫사랑처럼 그렇게 사랑해보세요. 현재 당신을 바라보고 눈을 마추려 애쓰는 상대는 당신의 미래를 보고 사랑하는게 아닐거에요. 지금 그렇게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달라고 어렵게 마음을 열어 말하고 있잖아요. 그가 가진 것들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세요. 용기내서 사랑을 시작하려는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당신과 언제나 행복하고 싶은 그 마음 뿐일거에요. 나이를 먹은 사랑은 거짓이 없이 계산적이라 참 슬프네요. 그럼에도 그게 당연한듯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마네요.


"누구라도 생각할거야. 나만 그런게 아니야."

나의 소중한 것들이 짐처럼 느껴져서 내 소중한것들에게 미안했던 밤.

당신을 원망하며, 한편으로는 나의 반짝이는 순수한 첫사랑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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