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이 옹졸해있는 요즘,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간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 작은 방에서 드라이를 하고 있는데, 건넛방에서 자고있는 초이(강아지)가 꿈을 꾸는지 작은 소리로 크릉-크릉- 잠꼬대를 했다.
드라이를 멈추고 살며시 다가가 초이의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아이가 어떤 꿈을 꾸고있는지, 자는동안 어디가 불편하진 않은지, 관찰하고 상상해보고 하는 것들.
예민한 성격의 초이가 내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눈도 뜨지않고(입까지 헤- 벌리며)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고 기분좋게 돌아와 다시 내 할일을 했다.
얼마전 새 잎을 보여준 기특한 여인초의 잎을 천으로 닦아 먼지를 걷어주니, 갓 태어난 싱그러운 연두색이 더 빛이 났다. 뽀얗고 맑은 연두빛을 내게 보인다.
마음이 기분좋게 간질거린다.
잠잠하다가도 울컥하는 일이 있을 때면 이끼에 분무를 했다. 건조해보였던 내 속눈썹만한 작은 잎들이 금새 촉촉한 초록으로 생기를 되찾는 것을 볼 때, 불타는 마음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같다.
그러면서 마음이 한번더 기분좋게 간질, 간질 했다.
또는 살랑살랑 거리기도 했다.
난 이런 간질한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못나 친한 친구조차도 만날 용기가 생기질 않는 요즘, 난 이끼나 여인초나 초이에게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다시 사랑을 받으며 혼자 마음을 달래는 위로의 의식을 한다. 그리고 자주자주 이런 간질한 마음을 느낀다면 다시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했다.
늘 긍정적일 수도 없고, 즐거울 수도 없고, 늘 용기있게 행동할 수도 없다. 이런 때에는 어떤 말 한마디보다 싱그러운 생명의 초록이나, 꿈꾸듯 자는얼굴이나 그를 쓰다듬어주며 느끼는 따뜻한 온도- 이런 조용한 간질함이 나를 다시 일으켜세운다.
관찰하고 상상하며 전하는 조용한 사랑들에게서
다시 나는 사랑받는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