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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May 17. 2021

사랑하는 마음

내가 많이 옹졸해있는 요즘,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간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 작은 방에서 드라이를 하고 있는데, 건넛방에서 자고있는 초이(강아지) 꿈을 꾸는지 작은 소리로 크릉-크릉- 잠꼬대를 했다.


드라이를 멈추고 살며시 다가가 초이의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어떤 꿈을 꾸고있는지, 자는동안 어디가 불편하진 않은지, 관찰하고 상상해보고 하는 것들.

예민한 성격의 초이가 내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눈도 뜨지않고(입까지 헤- 벌리며)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고 기분좋게 돌아와 다시 내 할일을 했다.


@shura__diary


얼마전  잎을 보여준 기특한 여인초의 잎을 천으로 닦아 먼지를 걷어주니, 갓 태어난 싱그러운 연두색이  빛이 났다. 뽀얗고 맑은 연두빛을 내게 보인다.

마음이 기분좋게 간질거린다.  


잠잠하다가도 울컥하는 일이 있을 때면 이끼에 분무를 했다. 건조해보였던  속눈썹만한 작은 잎들이 금새 촉촉한 초록으로 생기를 되찾는 것을  때, 불타는 마음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같다.

그러면서 마음이 한번더 기분좋게 간질, 간질 했다.

또는 살랑살랑 거리기도 했다.

난 이런 간질한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shura__diary


마음이 못나 친한 친구조차도 만날 용기가 생기질 않는 요즘,  이끼나 여인초나 초이에게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다시 사랑을 받으며 혼자 마음을 달래는 위로의 의식을 한다. 그리고 자주자주 이런 간질한 마음을 느낀다면 다시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했다.


 긍정적일 수도 없고, 즐거울 수도 없고,  용기있게 행동할 수도 없다. 이런 때에는 어떤  한마디보다 싱그러운 생명의 초록이나, 꿈꾸듯 자는얼굴이나 그를 쓰다듬어주며 느끼는 따뜻한 온도- 이런 조용한 간질함이 나를 다시 일으켜세운다.


관찰하고 상상하며 전하는 조용한 사랑들에게서

다시 나는 사랑받는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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