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슈라 Jul 11. 2022

오랜만에 출근하기

거의 4년만의 아침 출근길이었다. 

교통카드의 태깅소리와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음성이 반복적으로 울려퍼지는 지하철 환승구.

알록달록 하지만 비슷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적당히 빠른 걸음으로, 

문에서 문으로, 계단에서 통로로 쏟아졌다 사라졌다 했다.


와 그래 이런 풍경이었어. 오랜만이다.

시간이 여유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걸음이 자꾸만 빨라진다. 

깨끗한 지하공간 속 빠른걸음으로 걷고 있는 나. 오직 목적은 하나야. 50분에는 9호선 일반열차를 타야해. 그래야 늦지않지. 나는 갑자기 개미가 된 것 같았고...갑자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같이 걷고있는 익명의 사람들과 한 팀이 된 듯 소속감이 느껴졌다.


멀리서 누군가 이 풍경을 바라봤을 때, 나는 전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싶지 않다. 그냥 이렇게 군중에 섞여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비슷한 일을 하고. 앞서나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을 좇아 걸으며 왠지 나는 기분이 편안했다. 

이상한 이 편안함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안도감, 안정감 이었다. 

나는 회사로 출근을 결정한 지 딱 하루가 지나고 세상에, 월급을 받기도 전에 안정감을 느끼고 말았다.

(물론 월급을 받았을 땐 더욱더 배가 된 안정감을 느꼈다..) 

회사로 출근한지 딱 하루만에, 아니 첫날 출근길에 이 복잡한 풍경 속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나는. 

특별한 나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일반적이고 싶어하는 나는... 

이런 마음은 후퇴인 걸까? 결국 나와 나의 싸움에서(왠지 싸움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근데 대체 뭐로 싸운거지?) 지고 만 것일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거리 마라톤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여러명의 사람들 속에 섞여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다. 굳이 힘쓰지 않아도 아무도 모르고,  죽을힘을 다해 애써도 티도 나지 않을 그런 단체줄다리기. 안간힘을 쓰는지 안쓰는지 누가봐도 전혀 모를 법한 그런 포지션으로. 

이게 맞는 걸까? 여전히 물음표를 지니며 오가는.. 이상하게 편안한 출근길. 

작가의 이전글 책 리뷰. 단단한 마음으로 진심을 모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