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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Feb 14. 2020

엄마의 손

이불처럼 덮이는 엄마의 손

'엄마 이번엔 병원 날짜 꼭 알려줘!'

엄마는 나를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자꾸 서울을 몰래 왔다 간다. 아니, 뭐 몇 달에 한번 보는 건데 왜 그러는 건데. 속상한 마음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더니 드디어 날짜를 알아내었다. 그냥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랑 가깝게 살며 평일이든 주말이든 카페 데이트를 하고 영화 데이트를 하는 그런 딸들이 부러울 쯤이었다.  


도착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마중을 갔고, 버스에서 내린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흰 마스크를 낀 채로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 아침은 먹고 나왔냐, 옷은 따습게 입었냐, 나의 안부를 묻기 바빴다. 그리고 발목양말을 신어 휑하게 드러난 내 발목을 보고는 왜 양말을 신다 말았냐 했다. 그게 너무 반갑고 좋아서 엄마에게 부둥부둥 안기려 팔짱을 끼려는데 나보다 키가 작은 엄마라 왠지 엄마가 나에게 안기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공간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된 나인데, 사실 세상살이 만만치가 않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에도 그녀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또 다른 걱정거리 얹히기가 싫어서 이 '만만치 않음'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뜨듯한 커피를 앞에 놓고,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그것을 다 해내고 있고 또 무리 없이 괜찮다는 것을 미주알고주알 열심히 설명을 해본다.



커피맛이 좋다며 벌써 반이나 커피를 마신 엄마는, 나의 손을 포개어 잡고는 쓰다듬으며 말한다.

'어휴, 이렇게 작은 손으로 무얼 할까... 정말~ '

겨울바람에 건조해진, 희쭈구리한 내 손 위로 엄마의 따뜻한 손이 이불처럼 덮인다.

내 손가락들을 가지런히 모아 쥐고 쓰다듬으며 다시 하는 말.

'이렇게 작은 손으로 무얼 해, 무얼~'

나와 비슷하지만 좀 더 나이 든 엄마의 손이 말한다.

그래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구나-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그런데 자기처럼 고생하지 말라고, 너무 힘들지 말았으면 한다고.


'에이, 나 손 안 작아~ 그리고 내 손 엄마 닮은 건데.'

엄마 손 아래에서 내 손을 빼내어 그녀의 손을 덮어본다. 엄마 손을 잡아주는 게 무색하게도, 가무잡잡한 엄마손에 비해 내 손은 희고 앙상해 보인다.

'네 손 엄마 안 닮았어. 니 손이 더 가지런~하니 여자 손 같지. 손 다치지 말고, 조심하며 해. 핸드크림도 꼬박꼬박 바르고.'

아주 예전 뽀얗던 아기 손을 떠올리는 듯, 그런 그리운 마음도 엄마는 말한다.  


가끔 말의 끝을 조금 늘어뜨려 말하는 엄마의 말투는 소녀 같다. 앙상하고 작아 보여도 나도 그녀처럼 엄마손을 열심히 쓰다듬는다. 나 믿어줘서 고마워요- 하는 마음 하나, 이제 엄마 무릎 그만 아팠으면- 하는 그런 마음 하나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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