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지 않게 체념해야 할 때...
요즘 시간이 많다 보니 바쁠 때는 엄두도 못냈던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중 많이 하는 생각들이, 내가 살아온 길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곳이다.
돌아보면 하고 싶은 건 거의 해본 거 같다.
편집자에서 편집장으로 승승장구도 해봤고,
그러다 직장 그만두고 해외에서 1년 나가 살아보기도 했다.
상위 1%의 사람 바로 옆에서 일해보고,
책도 내보고,
방송 작가도 해봤다.
뭐 뚜렷하게 성공하거나 이룬 건 없으나,
이룬 게 없다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니까.
하나하나 여한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예전에는 마음에 안 차면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더 열심히 페달을 밟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내 운명에 대해 내 몫은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참 징글징글하게 열심히 살았다.
이제 나이 들어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게 무섭도록 실감나는 요즘,
한편으론 더 일해야 하는 경제적상황과 나이가 걱정되기도 한다.
일해서 먹고 사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고 누가 벌어다 주는 돈만으로 맘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 안 하고 남의 돈으로 먹고 살진 않겠지만,
중간에 힘들면 쉬어도 될 만큼 받쳐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자들도 같은 마음이겠지.
혼자 사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사람도 있다.
자녀들 양육비 안 들어가는 것은 백번 양보.
하지만 그만큼 부모님에 대해 시간과 돈, 마음을 더 많이 드리게 된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싱글이라 해서 마냥 혼자 펑펑 쓰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더 이상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을 젊음이 없고,
나를 필요로 하거나 찾는 곳도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 기를 쓰진 않으려 한다.
대신, 쓸쓸하지 않게 체념하는 법을 배울련다.
“하고 싶은 거 많이 해봤잖아. 그만하면 애쓸 만큼 애쓴 거 아니니? 이제 되지 않았어?”
여전사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늘 열심이었던 나를 내려놓고,
이제는 지금의 자리에서 쉬엄쉬엄 가라한다. 내 운명이..
그리고 그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체념..
어제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자장가처럼 편안하고 좋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