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83세에 본인 몸 겨우 추스르는 노인. 그러니 저를 일으키고 누일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이고, 마침 추석 연휴 전날이다 보니 친구들에게 부탁하기도 대략 난감했습니다.
비혼인 동친 언니는 마침 스페인 여행을 잡은 상황이었죠.
그러면서 ‘보호자 없이 늙어가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현타를 씨게~ 맞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보호자를 자청하셨고,
낮에 오셔서 두 시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무시다 가십니다.
여기 낮잠 자기 좋다 하시면서요.. ㅎㅎ
나를 간호해 줄 순 없어도 옆에서 엄마의 잠든 모습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으면서
엄마가 옆에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인이 나이들어서 쓸모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오늘은 머리를 감겨주셔서 제가 칭찬을 잔뜩 해드렸더니 좋은 기분을 빵빵 충전해서 돌아가셨습니다.
엄마가 집으로 갈 때면, 병실에서 엄마의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수술 전날까지 별 것 아닌 일로 아웅다웅 다퉜던 우리 모녀는 이렇게 또 한 고비를 웃으면서 찡하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엄마와의 일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엄마 때문에 화나고, 감동받고, 위로받고, 기가 막히고, 배우고, 눈물흘렸던 순간들을요.
한번씩 글을 쓸 때마다 인생의 한 챕터를 매듭짓는 것처럼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엄마와의 일상도 그렇게 정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원한 비혼의 삶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비혼이 되어 엄마와 동거하며 깨닫고, 보게 된 세상이 분명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책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에세이를 얼마나 더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응원해주신 브런치 독자분들(너무 감사해서 그분들 이름 혹은 닉네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시고 차라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그분들이 이제 저를 잊으셨을 것 같아 소심해지기도 하고, 부담스러우실수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제가 댓글로 소통했던 분들은 아실 거라 믿어요.
비혼 중년 여성이 80대 어머니와 살면서 얻은 삶의 지혜와 통찰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책 소개는 다소 뻔뻔하게 잘 해야 하는데 주변머리없는 저는 제 책 소개하는 게 늘 쑥스럽네요.
그저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
TMI : 필명을 신연재로 바꾸었어요. 신소영도 유명한 이름은 아니지만 기존에 제 이름에 익숙했던 분들 놀라실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