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위하여!
(튤립 이미지 출처 : 에버랜드 홈페이지)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페친님의 사진을 보고 문득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소환됐다.
바야흐로 때는 대학교 4학년 때, 촌스럽게 2대2로 짝 맞춰서 자연농원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진짜 남자 사람 친구들이었는데, 진짜 괜찮은 녀석들이었다.
2학년 때인가...
친구들하고 학교 앞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합석해서 같이 마시자며 청해온 게 첫 인연이었지.
잘 생긴 건 아니나 불량해 보이진 않아서(그리고 술김에..)
같이 합석해서 술을 마셨는데 제법 통했고 재밌었다.
그 녀석들은 지금 생각해도 나이스했고, 덕분에 난 공대생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도 꽤 좋다.
그러다 4학년 때, 술집이 아닌 자연농원으로 놀러갔다.
남자얘 중 한 명이 엄마 차를 끌고 왔는데, 그때는 그게 왜 그리 근사해 보이던지..
속물처럼 잠깐 그 친구가 꽤 멋진 남자로 보이더라.
날씨도 기가 막혔고, 태어나서 첨으로 그렇게 황홀할 정도로 많은 튤립을 봤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다들 옷이 홀딱 젖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내 생애, 가장 재밌게 놀았던 시간이다.
여우비도 잠깐 내렸지 아마..
좋은 남자 사람 친구들, 그리고 우리 청춘처럼 싱그러웠던 봄날의 햇살, 원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화려했던 형형색색의 튤립들...
돌아보면 아찔할 만큼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런 날이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네.
내 생애 다시 그렇게 빛나는 날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추억이 내 기억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위 사진은 친구와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을 때.
벌써 9년 전이다.
재밌기도 했지만, 대기줄이 없어서 무작정 들어갔던 ‘귀신의 집’이 가장 기억이 난다.
둘이 소리지르고 앞에 가던 서양 아저씨 팔을 막 붙들고(옆에 여친도 있는데.) 그야말로 개진상을 떨었더랬다.
그래도 맘씨 좋은 아저씨, 계속 웃고..
나오자마자 창피해서 도망쳤었던 것 같네.
그러고 보니 참 잘~ 놀았구나. ㅎㅎㅎ
40대가 되니, 이제는 이렇게 같이 놀 친구도 마땅치 않고,
진탕 놀 기력도 없지만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우하하하 시끌벅적거리며 단순하게! 그리고 유치찬란하게 마음껏 놀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순간이 즐겁기도 하지만, 그 순간이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는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까.
40대. 무얼 해도 시큰둥한 나이.
세상의 재밌는 건 어느 정도 경험해보고, 맛있다는 것도 먹어보고, 좋다는 곳도 가보고..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호기심과 환호가 줄어드는 만큼 재미도 젊음도 사라지는 것 같다.
10년 뒤, 20년 뒤에 소환할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을 부지런히 쌓아두어야겠다.
또 사소한 것에도 많이 웃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종종 질문도 던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