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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영 Feb 15. 2019

<함께 읽기> 고도를 기다리며

황량한 길 위에서 희망을 찾다. 

 

 부유한 집안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란 베케트는 전직 간호사 출신인 개성이 강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우울 증세와 외로움을 느끼며 의기소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트리니티 대학에 들어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연극과 영화에 몰입하면서 당시 인기를 끌던 채플린과 버스타 키튼의 무성 영화와 코미디를 보았고, 골프와 모터사이클을 즐겼다. 이 때 섭렵한 문화적 영향은 그가 훗날 극작가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겪은 전쟁에 대한 경험은 베케트의 삶과 그의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1949년 1월 쓰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그의 아내 수잔은 동분서주했다. 연출가 로제 블랭이라는 사람을 만나 1953년 초연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경도 단조롭고 인물들도 평이했지만,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극의 묘한 긴장감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베케트는 1969년 고도로 노벨 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열린 결말, 인생의 무상함, 허망함, 덧없음, 그날이 그날 같은 현실의 모습!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관람객들은 연극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진 캄캄한 무대를 뒤로 한 채 자리를 뜰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마음 한편이 무겁고 찝찝하거나 누군가에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실없는 소리를 하고 “너 이 얘기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면 그때 빵 터질걸.”하고 말하던 누군가의 농담처럼  베게트의 소설도 독자에게 그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전체 2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막과 2막은 순환구조를 띄고 있다. 1막과 2막 장면의 차이점이라고는 2막에서 나무에 나뭇잎이 몇 개 생겨난 것뿐이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같은 장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같은 기다림, 포조와 럭키와 소년의 등장과 퇴장, 달이 떠오르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비슷한 대화, 떠나자고 말하지만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1막과 2막에서 반복적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묘하게 대칭축을 이룬다. 블라디미르는 사색하는 이성적인 면을, 에스트라공은 직관에 의해 움직이는 감정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이 각각의 인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성향이 한 인간 속에 모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수직적 주종관계를 이루고 있는 포조와 럭키의 모습은 1막과 2막에서 조금 달라진다. 1막의 포조는 우리 인간이 지난 야만적이고 육체적인 면을, 럭키는 포조에게 구속되어 있지만 포조의 스승이었으며 지적인 측면을 갖춘 자였음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적, 육체적인 욕구에 눈이 먼 포조를 장님으로 만들고 ,물질에 무릎 꿇은 나약한 지식인이자 사유가인 럭키는  더 이상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도록 벙어리를 만들어 버린다. 4명의 등장인물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 사는 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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