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민음사>
독서 컨닝 페이퍼에 올리는 글은 독서 동아리 모임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위한 자료입니다. 책을 다 읽으신 분들이나 책을 읽기 전에 맛보기로 책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제가 올린 질문 이외에도 책을 읽고 추가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질문 만들어 주시면 더욱 풍성한 독서 모임이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데미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재출발을 다짐한 헤르만 헤세에게 제2의 출발점과 같은 작품이다. 청춘의 고뇌와 인간의 양면성을 담고 있으며, 자아 찾기를 삶의 목표로 삼고 내면의 길을 지향하면서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헤르만 헤세는 나를 찾아가는 길이자 치열한 성장 기록인 《데미안》을 통해 세상의 수많은 ‘에밀 싱클레어’가 삶의 근원적인 힘을 깨닫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운명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부모의 보호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던 싱클레어는 집 밖의 어두운 세계를 인식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두운 세계의 아이인 프란츠 크로머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고, 막스 데미안이라는 새로운 전학생이 싱클레어를 도와줘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가까운 사이가 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여태껏 당연하다고 여겨 온 것들에 의문을 던지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 주고,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에 오르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자유토론>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p16 나는 그들 속의 이방인이어서, 내 옷차림이며 태도가 그 애들에게 거슬리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라틴어 학교 학생이며 좋은 집안 자식인 나를 크로머가 좋아할 리 없었다. ...마침내 나도 순전히 두려움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당무계한 도둑 이야기를 꾸며냈는데, 나를 그 주인공으로 만들었다.....순간의 위험을 피하여 나는 이 이야기로 도피해 들어간 것이다.
p26 그 때 마음속에서 이상하게도 새로운 느낌하나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뽑히지 않는 미늘들이 가득 박힌 듯한 날카롭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한순간, 아버지의 무지에 대해 약간의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살인죄를 고백해야 되는 판에, 조그만 빵 하나를 훔친 죄로 심문을 받는 범죄자처럼 내 자신이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추악하고도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강렬했으며 깊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느낌은 그 어떤 다른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게 내 비밀과 죄에 나를 결박하였다......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덕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 새로운 느낌에 곧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나는 곧바로 엎드려 아버지의 발에 키스라도 하여 사죄하고 싶었다.
1. 싱클레어는 크로머 패거리들과의 모임에서 스스로 하지 않은 도둑질 이야기를 꾸며냅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크로머에게 협박당하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합니다. 싱클레어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왜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요? 싱클레어에게 이 사건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방황의 시기
P99 술이 깨고 보니, 멍한 고통이 나를 엄습했다...낮에 입었던 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고, 내 옷가지며 신발은 바닥에 널려 있고 담배 냄새와 토사물 냄새가 났다. 두통과 메스꺼움과 심한 갈증 사이에서 내가 오래 직시하지 않았던 영상하나가 떠올랐다. 고향과 부모님 집, 아버지, 어머니, 누이들과 정원이 보였다...데미ㅇㄴ과 견진성사 수업 시간들이 보였다...이 모든 것이 황폐화 되었다. 모든 것을 내 자신의 두 발로 짓밟아버렸던 것이다! ...빙빙 돌며 세상을 경멸하던 나! 정신이 있어서 자부심이 충만했고 데미안과 생각을 함께 했던 나! 이제 더럽혀지고, 구역질나고 비열한 인간 폐물이자 잡놈, 야비한 충동의 기습을 받은 살벌한 야수였다!...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들을 겪는 것에는 상당한 쾌감이 있었다...나는 비참의 한가운데서 해방이자 봄 같은 그 무엇을 혼란스럽게 느꼈던 것이다...나는 더 이상 <끼워주는> 어린애가 아니라 주모자요 스타였다...나는 자신을 파괴해 가는 방탕 속에서...학교에서는 지도자이자 굉장한 녀석으로, 대단히 과단성 있고 위트 있는 녀석으로 인정받던 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두려움에 가득 찬 영혼이 불안으로 퍼덕이고 있었다.
P101 사랑에 대한 타는 그리움으로, 절망적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P102 내가 이제 새로운 친구들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외롭고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더 나는 거기서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술 퍼마시고 허풍 치는 것이 나에게 그때 즐거운 일이기나 했는지 그것도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했다. 달리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오래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다. 늘 거기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느끼는, 그 많은 부드럽고, 부끄럽고, 은밀한 강점의 내습이 두려웠다. 그토록 자주 엄습하는 연연한 사랑의 생각이 두려웠다.
P114 (대학생 시절 데미안을 만나) 떠벌리면서 나는 술 한 병을 시키고, 따르고, 잔을 부딪치며 대학생식 음주 관습들에 익숙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첫 잔을 단숨에 비우기도 했다...“술집에 많이 가는구나?”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달리 무얼 하겠어? 그게 결국은 그래도 늘 제일 신나는 일이잖아.”...결코 그로부터 훈계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권태롭다는 듯 말했다. “그래 누구든 자시 취향에 따르겠지! 털어놓고 고백하면, 나는 예언자나 그런 무엇이 되는 일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어.”
1-1. 성장통, 사춘기, 정체성의 혼란, 방황, 반항? 여러분의 성장기는 어떠했나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세요.
1-2. p11~13을 읽고 우리 자신의 경험 범주에서 <밝은 세계>와 <또 다른 세계>에 해당하는 것을 나누어 포스트잇에 적어 보세요.
p62 나는 세상의 오솔길을 똑바로 걸으려고 했는데, 그 길들이 내게는 너무 미끄러웠던 것이다. 친절한 손 하나가 나를 잡아 구해 낸 지금, 나는 눈길 한 번 팔지 않고 곧장 어머니의 품속으로, 포근히 에워싸인 경건한 유년의 아늑함 속으로 달려왔다. 나는 자신을 자신보다 더 어리게, 더 의존적으로, 더 어린애처럼 만들었다.....그렇게 눈만 마음으로 아버지 어머니에의 의전, 그것이 유일한 것이 아님을 이미 알아버린 <밝은 세계>에의 읜존을 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나는 데미안 편이 되어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두려움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나를 보다 자립적으로 만들려고 있을 테니까...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인간에게 거슬리는 것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p65 충격들은 늘 <다른 세계>로부터 왔고 늘 두려움과 강압과 양심의 가책을 수반하였다....나의 호기심이 찾은 것, 꿈과 기쁨과 두려움이 내게 가져다준 것, 사춘기의 큰 비밀, 그것은 내 유년의 평화에 감싸인 행복감에는 맞지 않았다...이제 더는 어린아이가 아닌 아이의 이중생활을 영위했다.
p66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운명인 이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삶에서 오로지 한 번, 유년이 삭아가며 서서히 와해될 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가려고 하고, 우리가 갑자기 고독과 우주의 치명적인 추위에 에워싸여 있음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것에 ,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살인적인 그 꿈에 한평생 고통스럽게 들러붙어 있다.
1-3. 살아가는 동안 끝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직까지 매달려 있는 것이 있나요? 왜 그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p40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얼굴에, 다른 사람들을 겁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어. 사람들은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어...그는 <표적> 하나를 가지고 있었어. 그걸 사람들은 자기 원하는 대로 설명할 수 있었어.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들한테 편하고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원하지. 사람들은 카인의 자손들이 무서웠어....사람들은 그 표적을, 그 것의 원래 모습인 우월함에 대한 표창으로 설명하지 않고, 반대로 설명한 거야...이 표적을 가진 녀석들은 무시무시하다고, 또 그들이 실제로 그렇기도 했어. 용기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늘 몹시 무시무시하거든. 겁 없고 무시무시한 족속하나가 돌아다닌다는 것은 몹시 불편한 일이었다...카인은 늠름한 젊은이였는데 그저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에게 이 이야기를 매달아 놓은 거라는 거지....그런데 < 왜 너희들도 그 사람을 그냥 쳐 죽이지 않는 거지>라고 누가 물으면 그들은 <우리들은 겁쟁이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는 표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느님이 그에게 그려 주신 겁니다!>라고 말했지. 대략 그런 식으로 그 사기가 이루어졌을 게 틀림없어.
p44 얼마나 이상하게 데미안은 겁 없는 사람들과 비겁한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했던가!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내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P194 표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의 눈에는 이상한 사람들, 위험한 광인들로 비칠지도 몰랐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은 점점 더 완벽하게 깨어있는 사람들이었다....우리 표적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 개별화된 것 그리고 미래의 것을 향한 자연의 뜻을 제시하는....우리들에게는 인류가 하나의 먼 미래, 우리들 모두가 그것을 향해 가는 도중이고, 그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그 법칙은 그 어디에도 씌어 있지 않은 미래였다.
2. ‘카인의 표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데미안이 말하는 ‘겁없음’과 ‘비겁함’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P86 <금지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야. 바뀔 수 있는 거야. 오늘도 누구든 어떤 여인과 함께 신부님 앞에서 결혼하고 나면, 동침해도 돼. 다른 민족들에게서는 달라, 오늘날도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들 누구나 자기 스스로 찾아내야 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자기에게 금지되어 있는지. 금지된 것은 결코 할 수 없어. 금지된 것을 하면 대단한 악당이 될 수 있지-사실 그것은 그냥 편안함의 문제거든! 지나치게 편안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판결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금지된 것 속으로 그냥 순응해 들어가지. 늘 그러게 마련이듯이 그런 사람은 살기 쉬워. 다른 사람의 운명을 자시 속에서 스스로 느끼지.
P98 술집에 앉아 있는 것부터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이 내가 비로소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 대로, 금지된 것이었다. 엄격하게 금지된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 가운데서 뜨거운 감정을 맛보고 혁명적 파격을 맛보았다.
2-1.데미안은 <금지>와 <허용>에 대한 글을 읽고, 자기가 생각하는 금지와 허용의 기준을 만들어 보세요.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나요? 스스로 만든 기준과 사회가 정한 도덕이 부딪힐 때, 당신은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요?
P117~119 참고
3.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통해 만나본 사람 중에 나에게 데미안과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P88 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가 없어, 아무런 가치도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날 뿐이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P116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23 <나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시스.>
P128 나는 김나지움을 떠나 대학으로 가게 되었다...나는 성인이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무력했고 목표가 없었다...나는 반항했다. 내가 돌았나보다고 때때로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걸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해내는 것은 나도 모두 할 수 있었다. 약간 열심히 애쓰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법 과제를 풀거나 화학 분석을 따라갈 수 있었다. 단, 한 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안에 어둡게 숨겨진 목표를 끌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며, 그러자면 얼마나 걸리고, 그것이 어떤 장점들을 가질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려내는 일, 그것은 할 수 없었다...어쩌면 나도 하나의 목표에 이르겠지만 그것은 악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P143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도 하느냐, 이게 큰 차이지...그러나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몰라. 한 그루 나무건 돌인 거지, 기껏해야 동물이고, 그 사실을 모르는 한에서는 말야. 그러나 이런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그때 그는 인간이 되지..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거나 양, 버러지거나 거머리인 줄은 아시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미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벌인지! 그들은 하나하나 속에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그것들을 의식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비로소 그 가능성들은 자기 것이 되는 거라네.
P144 자네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네. 자네가 점차 그 주인이 되는 것을 말이야. 자네는 계속 낚아채 가는 커다랗고 알 수 없는 보편적인 힘에다가 하나의 섬세하고 작은 자신의 힘이 더해지는 것을 발견하네.
P147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라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우리의 신은 압락사스야.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언젠가 나무랄 데 없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버렸을 때, 그 때는 압락사스가 자네를 떠나. 그때는, 자신의 사상을 담아 끓일 새로운 냄비를 찾아 그가 자네를 떠나는 거라네.
P151 사랑의 꿈, 사랑의 소망을 가져야 하네...아무것도 무서워해선 안 되고 영혼이 우리들 마음속에서 소망하는 그 무엇도 금지되었다고 해서는 안 되지...생각을 스쳐간 모든 것을 그냥 행동으로 옮기라는 게 아닐세. 다만 좋은 뜻을 가진 착상들을 몰아내고 그걸 이리저리 도덕화해서 해롭게 만들지 말라는 걸세...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 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P154 다른 사람들도 꿈속에서 살아. 그러나 자기 자신의 꿈속이 아니야.
P157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 서로를 도울 수가 없단다...네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애써야 해. 그러고는 정말로 네 본질로부터 나오는 것, 그걸 하면 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네가 네 자신을 찾아낼 수 없으면, 다른 영들도 찾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
P165 쓸쓸하고 무서운 순간이 온다. 우리들 마음속의 이끌어가는 물결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져 가려함을 갑자기 알아차렸다는 생각이 들 때 말이다...친구이자 스승을 거부하는 생각 하나하나가 독침으로 우리 자신의 심장을 찌른다. 거기서는 방어의 타격 하나하나가 자기 자신의 얼굴에 적중한다. 거기서는 유효한 도덕 하나를 자신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충직하지 못함>과 <배은망덕>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믿고 따르던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반항심)
P171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P172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다.
P173 나는 그렇게 완전히 벌거벗은 채 외롭게 서 있을 수가 없어. 나 또한, 약간의 온기와 먹이를 필요로 하고 이따금씩은 자기 비슷한 것들을 곁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한 마리 가엾은 약한 개라네. 정말 자신의 운명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자, 그에게는 그때부터 자기 비슷한 사람이 없어. 완전히 홀로 서 있지...그에게는 이제 모범도 이상도 없어. 사랑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정말로 고독해...만족을 버려야 해. 그 길을 완전히 가고자 한다면 말이야.
P222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4. 이 책은 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의 일련의 경험을 통해 ‘인간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머, 알폰스 벡, 크라우어,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 데미안, 에바 부인을 통해 많은 정신적 성장을 경험하는 싱클레어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정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p183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이 서로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지금 연대하며 저기 저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이 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거야.
P188 “제 모든 생애는 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코 집으로 아주 돌아오지는 못하지만”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 거기서는 온 세계가 잠깐 고향처럼 보이지요.”
P193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과 어떤 경계선에 의하여 갈라져 다른 벌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다르게 바라봄에 의하여 갈려져 있었다. 우리의 과제는 세계 안에서 하나의 섬을 제시하는 것, 어쩌면 하나의 모범을, 아무튼 살아가는 다른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내가, 오래 고립되어 있던 내가, 완전히 혼자임을 맛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다. 다시는 행복한 사람들의 연회를, 즐거운 사람들의 축제를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연대를 보고 시샘이나 향수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그 표적>을 지난 사람들의 비밀을 전수받았다.
P195 유럽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인류의 막강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냈으나 마침내는 깊은, 결국 통탄할 정신의 황폐화에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은 온 세계를 획득했는데, 그러느라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P196 우리의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은...불확실한 미래가, 그것이 가져올 어느 것에나 우리가 준비되어 있음을 발견한 만큼 우리들 누구든 그토록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의 요구에 그토록 완전히 따르며 기꺼이 살리라는 것.
P197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이 위협당할 경우, 믿을 수 없는 일도 할 용의가 있어....인류가 가는 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을 받아들일 자세였기 때문에, 오로지 그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모든 것 너머로 그들의 종을 건너 새로운 발전 속으로 구해 낼 수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으려는 거야.
에바 부인, 데미안, 싱클레어 모두가 전쟁의 예감을 각자의 방식으로 체험한 가운데,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데미안은 준비된 사람답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및 전쟁 선포라는 국제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고, 대위로서 전쟁에 참여합니다. 싱클레어 또한 데미안으로부터 전쟁의 소식을 전해 듣고, 세계의 거센 흐름 앞에 자신에게 맞닥뜨린 운명을 대면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죠. 싱클레어는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그것은 그가 그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운명을 용기 있게 대면한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4-1.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들이 보여준 모습 속에서 우리는 ‘연대 의식’,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이르는 길과 연대(공동체)는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