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단상> 너의 고통이 내 게 아니라 다행이야.

by 장소영

힘들다고 말하면, 공감해주는 척하지만, 속으론 하찮다 생각한다.

겨우 그 정도로 힘들다고?

겨우 그 정도가?

넌 진짜 힘든 게 뭔지 모르는구나!

속으로 콧방귀를 뀐다.


타인의 고통에 격하게 공감하며 심지어 함께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괜히 속이 울렁거린다.

남의 일에 저렇게까지 할 일이야?

비위가 상한다.

난 그들의 아픔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그 고통이 내 것이 아니라 안도하고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나만 그래? 나만 쓰레기야?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 난 동백이보다 제시카에게 더 마음이 갔다.

동정보다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었던, 제시카의 대사가 맘에 걸려 계속 입가에 맴돈다.


"누가 위로해 달래? 난 힘내란 말이 아니라 부럽단 말을 듣고 싶은 거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렵다.
"원래 부러운 마음은 표 내기 싫어도 힘내란 소리는 그렇게 흔쾌하다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중에서

제시카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난 그녀의 솔직함이 맘에 들었다. 그녀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오히려 내게 묵직한 한방을 날린 것 같다. 고상한 척, 너그러운 척, 있는 척, 괜찮은 척에 지쳐가던 마음에 160g짜리 군용 핫팩하나 얹어 놓은 기분이다.


내가 베베꼬인 성정을 지녀서 그런 것인지, 어설픈 위로는 하기도 싫고 듣기도 싫었다.

쉽게 공감하는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러고 살지 못하는 건 안 비밀)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척 위선은 떨지 말자 다짐한다. 뒤틀린 마음과 미운 곁눈질로 부러움의 순수함을 더럽히지 말자 다짐한다.

그러지 못할 바엔 차라리 아예 입을 다물거나 부러움을 남용해 보 한다.

"아, 더럽게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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