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아들의 힐링타임!

아들과 함께 한 소박한 하루

by 장소영

오늘 둘째 녀석의 19번째 생일이다. 전 같았으면 이른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에 반찬 몇 가지, 케이크에 촛불로 조촐하고 소박한 생일 축하를 했을 텐데... 이번 생일은 새벽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며칠 소강상태이던 코로나가 이태원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5월 13일 개학을 앞두고 터 진일이다. 아이의 같은 학교 친구 중에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에 개학을 한 후였다면 어땠을까 간담이 서늘했다.

굴러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고3!

어떡하나!

부디 빨리 완쾌되길... 그리고 별 일 없이 모두 지나가길... 어서 다시 잦아들길 정말 간절히 소원해 본다.


같은 지역 내 가까운 곳에서 학생 확진자가 나왔다니, 아이의 동선과 겹칠까 봐 학원도 학교도, 독서실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이 이 상황에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루 좀 푹 쉬게 해야겠다 싶어 아침에 깨우지 않았다.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재우고, 생일상을 차렸다. 작년과 같이 조촐한 생일상이지만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목청껏 불러주었다.


"엄마, 왜 이렇게 크게 불러. 마이크 대고 부르는 줄..."

"우리 아들 힘내라고..."


세상은 감염병이 창궐해도, 고3이라는 이유로 세상과 담을 쌓고 독서실과 학원만 오가던 아들에게 이렇게라도 힘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강제 휴가를 주었다.

"승제야, 생일이니까 오늘 하루는 쉬어. 너 쉬는 동안 엄마가 집을 아주 쾌적한 분위기로 만들어 줄게. 스터디 카페처럼!"

"그럼 7시까지만 쉴까?"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으로 피곤해하는 아이에게 그렇게 반나절의 강제 휴식 시간을 주었다.


늦은 아침 시간,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아이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뭐하며 쉴 거야? 힐링해야지. 봄이 데리고 산책 나갈까. 날씨도 좋은데..."

아이는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난 이게 쉬는 건데..."


'핸드폰 좀 하다가 피곤하면 자겠지.' 했는데, 정말 정확히 저녁 7시까지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녀석을 보고 또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피곤하다며 좀 자지. 매일 잠 부족하다고 그랬으면서..."

"엄마, 난 이게 쉬는 거라니까. 완전 힐링되는데..."


요즘 아이들 다 그런 건가? 아들의 쉬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왜 내가 더 피곤한 걸까?

나와 참 다른 아들의 힐링 타임!

쉬는 날이면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고,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일어나 대충 내 먹고 싶은 대로 한 끼 때우는 그런 시간! 난 그게 쉬는 건데....


아이는 약속한 대로 정확히 7시가 되자 침대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끄고 다시 공부를 하러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어제보다 한결 밝은 모습이었다. 정말 힐링이 된 모양이다. 그럼 됐다. 그게 뭐든 나름대로 쉰 거라면 그거면 됐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들도 나도 결국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그건 똑같은 거 아닌가 싶다.

서로 하고 싶은 게 다른 것뿐이니까.

오랜만에 다른 듯 같은 '아들과 나'의 힐링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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