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낄 정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나만 아는 U자가 입가에 살짝 그려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자. 조금이라도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길어 모아 목록을 작성해 보자.
1. 나는 김밥 귀신이다. 밥은 적고 속이 꽉 찬 김밥 말이다. 평소 밥보다 반찬을 좋아하고 건강식과 심플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밥은 최고의 음식이다. (밥은 백미보다는 현미와 보리밥 종류를 좋아하고 평소 음식은 많이 씹어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 한 끼를 맛있는 샐러드로 먹을 때면 기분이 참 좋다. 하지만 맛있는 샐러드를 찾기란 어렵다. (혹은 있더라도 그 가게가 곧 망하거나 멀리 있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밥집을 찾아낸 날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2. 치약은 3개 쓰는 게 좋다. 서로 다른 맛을 가진 치약 앞에서 지금의 양치를 어떤 맛으로 하지? 속으로 고민할 때 기분이 올라간다. 복기해 보니 기분에 따라 치약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게 뭐 별거라고, 참으로 별일 아닌 일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덤으로 양치도 자주, 많이, 계속하고 싶어 짐...)
3. 밥을 천천히 아주 느리게 먹는 게 좋다. 특히 나의 정신 건강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효과다. 하지만 직장 점심시간에 지키기는 참 어렵다. 만약 물리적으로 여유가 있다 해도 심적으로 무언가에 쫓긴다. 어느새 밥을 그냥 빨리 먹고 있는 나를 자주 만난다. 추가적으로 요즘 들어 생긴 밥에 관한 큰 변화가 있는데 예전에는 혼밥을 선호하고 타인과 먹는 밥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같이 먹는 밥을 선호한다! (사람의 힘을 느낀 것이다.)
4. 맛있는 라떼,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때 기분이 좋다. 요즘에는 커피 맛이 많이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개인의 입맛과 취향은 다르기 때문에 커피를 발견하고 맛보는 재미가 있다. -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 보자면, 커피를 끊었을 때가 객관적으로 더 몸과 마음에 좋았던 듯하다. 차를 마셨을 때 속이 더 편안하니까. 다만 커피를 마실 때 나오는 뭔가 짜릿한 도파민 같은 것이 하루에 최소 커피 1잔을 마시게 한다. 종종 내일 먹을 커피를 상상하며 마시고 싶은 욕구를 참으면서 잠을 청할 때가 있다. 좋은 말로는 커피 마시는 습관이며 나쁜 말로는 커피 중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뭐 술, 담배처럼 건강을 대단히 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니 조금 모른 척할 뿐이다. 이 정도는 살짝 눈감아 주자고. -
5.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가사 있는 노래들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다거나 정신을 사납게 하고 심지어 교란시킨다는 생각이 들면 가사 없는 음악을 권한다. 클래식, 재즈, 피아노 음악 등이 나를 편안하고도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어 준다.
2번과 5번을 제외하면 기분이 음식하고 연관성을 강하게 띄고 있어 짐작은 했지만 막상 적고 보니 놀랍다. 그렇지만 아직 6번이 있다. 그건 바로 글 쓰는 일!
6. 브런치에 한 달 만에 글을 올렸다.글을 쓸 땐 저절로 집중과 몰입이 돼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른다. 회사 의자에 앉아있는 것은 고역인데 글을 쓸 땐 의자도 자세도 필요 없다. 엉덩이, 허리 아픈 줄도 모른다.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가끔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른다. 그의 에세이에서 본꾸준한 노력들이 담긴 생활 루틴들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