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남자친구랑 카페와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곳곳을 여행하며 현실에서 벗어났다. 또 한 번은 책에 얼굴을 묻을 만큼 독서에 빠졌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도서관을 들락 거리고 최대 대출 권수를 넘기면 가족회원으로 묶여 있는 동생, 엄마 이름으로도 대출을 했다. 또 한 번은 요가에 빠져서 진정한 요가를 배우고 싶다고 전국 이곳저곳을 쏘다녔었다.
요즘은 오토파일럿 상태로 길을 걷고 있지만 길을 잃은 느낌이다. 주말 이틀을 위해서 사는 느낌인데 원래 이것이 임금 노동자의 삶이겠지. 하지만 평일 저녁을 마음대로 보낼 수 있고 평일 점심도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과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욕심이 많다는 걸까. 만족을 모르고 더 더를 바라고 있는 꼴이 이건가.
네가 꿈꾸는 파라다이스는 없다고 말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자꾸만 마음이 천국을 꿈꾼다. 이럴 때 왜 나는 유아인이 생각나는지. 그를 좋아했는데 그도 혹시 허함과 공허함을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나와 달리 그가 가진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인생 뭐가 더 부러울 게 있겠나 싶은데 말이다.
이 허무를 떨쳐내기 위해 요즘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가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사람들과 러닝도 함께 뛰고 토요일에는 초콜릿 수업에 나가서 4시간 동안 수제 초콜릿을 만들었다. 일요일엔 밋업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등산을 하며 밥도 먹고 왔다. 평일에는 회사를 마치고 주 3회 요가를 간다. 아 그리고 남자친구도 있다. 밤마다 만난다.
아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뇌가 문제인가? 마음이 문제인가? 지금 막 뛰고 오는 길이라 더 심각성을 느낀다. 원래 달리기를 한 이후엔 기분이 나아져야 하는 게 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친한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 전화 통화도 시도해봤다. 하지만 일시적인 해소법이었다. 잠시 가벼워지는 듯했지만 결국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이 자명했다.
지금은 그저 견디고만 있다. 이 느낌이 스스로 발화되어 날아가버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이전 직장에서 날 아껴주시던 팀장님의 말이 와닿는다. 참을 인 세 개를 종이에 곧게 적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참을 인 석자면 살인도 면할 수 있다고. 그때의 난 조언을 받을깜냥도 안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