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그는 집안에 이런 쪽지들을 붙여 두고 떠났다.
그는 예정된 기간을 채우고 나의 집에서 나갔다. 서로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아침과 밤뿐이었는데도 한 달은 길었다. 하지만 함축된 시간만큼 가치 있었다. 이래서 다들 동거를 해보라고 하는 건가.
기상 직후만큼 무방비하고도 원초적인 순간이 있을까. 방금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리려는 내게 뽀뽀를 해주는 그를 볼 때면 '나 지금 원시인 같을 텐데?'라는 물음표가 번쩍였다.
한 달 동안 사이가 내내 좋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감정의 동요를 집에서까지 숨길 수 없는 나는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힘들어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처럼 다른 곳에서 발생한 감정을 집에서 마주한 그에게 푸는 것이다.
기간이 10일 조금 더 남았을 때 나는 그가 내 집에서 나갈 날짜를 세고 있었고 이것이 그에게 티가 났다. 당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차라리 감정 전가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더 좋겠다 싶을 만큼 뱉어 버린 마음이 괴롭다.
한편,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연애할 때 나오는 호르몬을 좋아하는 건지 분별이 잘 안 된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인데 나는 그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를 안다"라고도 선뜻 내뱉지 못하겠는데 사랑한다고는 어떻게 말할 수 있지?
그는 감정이란 단순한 것이라고 하던데 내겐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