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한 지 2개월이 지나자 그이와 급속도로 편해졌다. 아마도 그가 나의 집에 머물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개인적인 이유로 그는 33일간 지낼 공간을 알아봐야 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무모하게도 우리 집으로 와도 된다는 말을 던진 것이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임시적으로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게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지 뻔했다. 돈이 많으면 모를까, 가격 대비 괜찮은 곳을 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시간도 아깝고 돈은 더 아까울 터. 물론 내 돈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걸 안 보이는 척할 수가 없었다. 단기 숙소를 구하려면 기껏 해봤자 에어비앤비나 고시원 말고 무엇이 더 있겠는가?
그는 나의 제안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나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데 이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우리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염려스러워했다.
어쨌거나 그는 우리 집으로 왔다. 온 지 이제 15일쯤 됐으려나. 혼자 있을 때 보다 청소와 빨래를 자주 한다. 특히나 하루라도 방을 닦지 않으면 이상하게 먼지가 눈에 많이 띄어서 마치 동물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제일 어려운 문제를 꼽자면 현실적으로 배변이다. 사실 나는 밖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온다. 뜻하지 않게 우리 집 변기에 일을 보지 않은지 꽤 되었다. 슬프게도 요즘 유산균을 더 자주 챙겨 먹고 있다.
그래도 그가 코를 골지 않아서, 심한 잠버릇이 없어서 고맙다. 무엇보다 불 켜진 집을 바라보며 골목길을 걸어 들어올 때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면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이래서 결혼을 하는구나... 느낄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