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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un 27. 2019

기쁨과 행복과 웃음은

내 하루의 편린들 5

 

by 선연


   

     나는 요즘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버스를 잘 타지 않는 시간인 평일 낮 두 세 시경 모처럼 버스를 탔는데 나 포함 승객이 3명이었다. 내가  다음 정류장에서 아주머니가 내리시고 나와 할아버지만 남았는데 곧 할아버지도 내리시려는지 하차문 앞에 서셨다. 원래 그러하듯이 버스는 격하게 운행되었고 갑자기 난 할아버지가 혹 넘어지시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버스의 작은 움직임에도 왼쪽으로 흔들 오른쪽으로 흔들거리셨다. 난 하차문의 대각선 뒤쪽에 앉아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넘어지시면 내가 머리를 꼭 받혀드리리라 하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는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옷에 비닐봉지를 들은 오른손으로 버스 기둥을 잡고 계셨는데 버스 움직임에 맞춰 달랑거리는 비닐봉지 그 색이 너무나 투명해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훤히 보였다. 보려고 본 것이 아니고 그것은 감히 시선강탈이었다. 그 봉지에는 어떤 식물의 모종 다섯 개가 횡으로 일렬종대를 지어 다소곳이 담겨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초록색 아기 모종 다섯 개를 사 가시는 노신사라... "삐-" 하고 벨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하차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한발 한발 내디뎌 버스에서 내리셨다. 문이 닫혔다.







    나는 아주 짧은 그 순간에 삶의 기쁨을 맛보았다. 싱그러운 웃음이 났다. 가볍고 맑은 웃음.

어떤 모종이었을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커서 어디서 오게 되어 어떻게 그의 손에 들려지게 된 걸까. 모종을 길러낸 농민과 그 모종을 사게 된 노인은 어떤 마음일까. 이러한 순간들이 아주 가끔 내게 찾아오면 난 그 과정들을 궁금해하고 생각해보며 미소 짓게 된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것들은 내게 무뎌져 더 이상 좋은 감정들을 주지 못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상실한 채 그저 삶의 바쁨에 치여 소소한 행복과 웃음의 순간들을 지나쳐버리고 멀고도 아득한 이상향만을 생각하며 그때를 기다리고 바라는 나. 인생이란 삶과 죽음 사이, 잠깐의 시간일 뿐인데 그 사실을 망각하고 무언가 미래에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 추후에 가지게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매 순간이 기쁨이고 행복이고 웃음일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찰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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