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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ul 02. 2019

서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내 하루의 편린들 6


    여행이란 역시 좋은 것이다. 기대 없는 여행은 더욱 좋고 계획 덜한 여행은 더더욱 좋다. 일 때문에 오게 된 서울이지만 온 김에 여행도 하기로. 작년 1월에 왔었으니 약 1년 반만인데 그 당시는 내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힘든 나날 중 하나였고 간절함으로 무작정 올라온 서울은 엄청난 한파로 한강이 아주 꽝꽝 얼었었더랬다. 그때의 나는 오늘의 나를 희미하게라도 떠올릴 수 있었을까? 과연? 전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웃음이 난다. 그땐 정말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울고 또 울고 그랬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알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축하해.



    이번 서울 올라올 무렵엔 내가 사는 지역은 호우주의보로 장맛비가 몹시 내렸고 서울은 맑아 의도치 않게 궂은 날씨를 피해 여행을 오게 된 격이라 기분이 좋았다.







    옛날만큼 여행 계획을 팍팍하게 세우지 않고 계획 변경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은 채 유연하고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다녔다. 계획을 세우며 이미 많은 선택지를 거르며 여유롭게 일정을 짰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 일정조차 모두 행하지 못하였다. 조금 피곤해지겠는걸 싶으면 무리하지 않고 계획을 건너뛰며 다녔다. 이제 더 이상 너무 바쁘게, 나를 몰아치면서 여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바쁘게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여러 군델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을 고려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전날 일정의 난도와 밤잠을 잘 잤는지, 오늘의 날씨와 나의 몸상태는 어떠한지 등이 어우러져 오늘 내 체력을 만드는데 이건 여행 계획을 짜던 내가 계획한 대로 계획되지 않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 일정으로 조금 지쳤을 수도, 이상하게 속이 안 좋을 수도, 도미토리룸에서 다른 게스트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했을 수도, 날씨가 너무 덥거나 비가 오기 때문에 등의 여러 변수들이 여행 중 오늘의 나를 만든다.







    서울 마지막 일정, 사진관을 예약했다는 나를 보고 내 지인은 굳이?라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지만 인생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작가분은 내게 어떤 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냐고 물으셔서 난 솔직하게 답했다.



    "현재 내 모습에 불만족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평소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사진 속 내 모습이 이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과거 내 사진을 보면 그때의 나는 늘 괜찮고 예쁘게 보이더라. 그렇다면 오늘의 나도 괜찮고 예쁜 게 아닌가. 내가 모르거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지. 이런 생각이 들어 오늘의 나를 남겨보면 좋을 것 같아 오게 되었다."



    이를 들은 작가님은 자신의 취지와 잘 맞는다고 대답하셨다. 마음과 마음이 맞닿으면 이런 느낌일까.




    감사하게도 나는 비교적 진심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는 것 같다. 나 또한 어떤 관계이든지 잠시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도 시간을 함께 나누게 된다면 나는 최대한 진심과 진실로 상대방을 대하려고 한다. 내 사진을 위해 진심과 최선을 다해주시던 사진관 직원분들의 모습이 내 사진에 묻어나 오늘의 내 모습이 고유한 나만의 모습으로 예쁘게 담긴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하고 느낀 점을 적어본다.



- 삶에 대한 감사함, 베푸려는 마음, 관용과 아량, 여유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 얽매이지 마.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말 것. 인생에서 그럴 필요성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짧고 현재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내가 누릴 수 있을 만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 느린 여행의 행복, 우연성과 무계획성에서 오는 기쁨과 웃음이 있다. 강박과 불안은 이제 안녕.


-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나의 지인들과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감사함, 결국엔 말 그대로 人間.







    말과 생각이 아닌 진정 가슴으로 느낀 이번 서울 여행,



    확실히 원래 자리하던 곳을 떠나 여행하면 사람은 뭐든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것 같다. 같은 곳에 머물며 매일이 다르지 않은 일상생활을 반복하기보다 조금은 집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여행을 가 재충전해보는 것이 어떤지.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얻고 느끼며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람과 만나 이런저런 부대낌으로 살아야 우리가 이 땅에 온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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