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by 르미오네

고백하건대 내겐 타산지석이 어렵다. 타인의 그릇됨을 보고 깨달음을 가지면 좋을 텐데 그것보다 상대방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그러나 타산지석이 될 때도 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상대방에게 정이 떨어졌을 경우다. 얼마 전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첫 식사 자리를 가졌다. 남자친구의 아버지께서 폭탄주를 드셨다. 취하신 건지 그 자리는 내내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되었다. 남자친구 부모님은 아들의 학창 시절 성적을 자랑하셨다. 대화 중 내가 어떤 단어를 못 알아듣고 그 단어가 뭔지 내가 묻자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내게 고등학교 때 이과였는지 물으셨다. 술을 드신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보조석에 앉아 대신 운전하시는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운전 코치를 하셨다.


이날 오랜만에 타산지석을 배웠다.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한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그 행동은 부자연스럽다. 가릴수록 오히려 부각된다. 자랑이 얼마나 멋지지 못한 지 목격하고는 자기반성을 했다. 반면에 겸손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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