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미오네 Oct 06. 2019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 흘러

이별 일기 9 - 마지막

by 선연


오랜만에 고이 간직했던 동영상을 클릭했다.

제일 중요한 1번 USB에 옮겨놓은 이 파일은 2016년 풋풋한 우리의 자연스러운 대화 내용이 담긴 약 1시간 분량의 동영상이었다.



영상을 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게도 '나'였다. 

불과 3년 전 모습임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너에게 있었던 거니?라고 묻고 싶었다.

거울을 한 번 보았다.

동영상 속 깔깔거리는 나를 다시 보며 곱절의 낯섦을 느꼈다.



그다음으로 그와 내가 보였다.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라 달달함이 모니터를 뚫고 뿜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의 어깨에 수시로 기대며 몸을 만지고 손장난을 쳤다.

우린 서로 부딪치며 웃고 눈을 바라보며 웃고 정말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까르르 웃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그의 눈빛이 동영상에 가끔씩 비쳐 나왔다.

그토록 바랬던 그 찰나가 여기 있었다.



처음엔 소름 끼쳤고

두 번째는 그리움의 눈물이 났다.

세 번째는 소중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 또한 그를 매번 좋아 죽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정말 매. 번.

애정 어린 시선은 멈추질 않았다.



마찬가지이다.

그도 나와 똑같은 것을 기다리고 바랬을 지도.



.

.

.





예능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에서 이효리는 이상순과 연애 초기에 느꼈던 설렘이 그립다고 하였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순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초창기의 설렘과 뜨거운 사랑이 편안함으로 형태가 바뀌는 과정.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사랑의 형태 변화는 일어났었을 이치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실 동영상을 보며 엉엉 울까 봐 파일을 클릭하기 겁도 났지만 현실은? 

재밌게 시청하였다. 심지어 마치 라디오 방송처럼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그림도 즐겁게 그렸다. 

그때의 우린 너무나 예뻐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커플이었다. 

박제가 가능하다면 박제하고 싶은 순간이랄까.



동영상의 마지막, 각자 소감을 남기는 순간에 나는 말했다.

"같이 여행 와준 00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뽀뽀쪽)"



3년의 시간을 나와 함께 해준 너. 

누구도 아닌 너라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별 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졌는데 전화 걸어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