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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10. 2020

우릴 향한 봄

내 하루의 편린들 14 / 순환

photo by 선연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엄마와 함께 뒷산을 향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뒷산은 작년부터 울적해진 내게 부담 없는 휴식처가 되어준 고마운 곳이다. 겨울이 오고 한동안 가질 않다 오랜만의 등산길에 올랐다.



    "여기 봐봐."  



    힘든 오르막길에 잔뜩 미간을 주름 짓던 나는 엄마의 말에 시선을 옮겼다. 초록색 봉오리였다. 한껏 움켜쥔. 곧 파앙- 하고 예쁜 꽃을 피울.



    세상에, 걸음을 멈춰 주위를 둘러보니 꽃 피우려 잔뜩 오므려진 초록 봉오리들이 한가득다. 꽃 피울 그날을 위해 힘껏 준비 중인 모습이었다. 작년의 찬란했던 꽃 바닥에 다 가벼이 내려놓고 올해의 꽃을 조용히 그러나 바지런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 겨울이 지나갔구나.’ 컴컴이 묵은 맘에 초록 봉오리들이 뽀옹 피어오른다. 물론 그중에서도 보란 듯이 먼저 꽃을 팡하고 펼 아이도 있었다. ‘그래, 첫 번째 어디나 있는 법이지.’



    봄은 정상에 오르 대상 없는 싸움을 던 나를 어느새 둘러싸웃었다. 한 발짝 일찍 산에 도착해 우리 집에 언제 내려갈지 시간을 재며 노닐었다.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와있었다. 내 곁에,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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