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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Apr 22. 2020

내 몸을 사랑하는 시간

내 하루의 편린들 13 / 사랑이란 

by 선연 - 벚꽃사진을 넣고 싶었는데.. 음.. 넌 무슨 꽃이니? 



봄바람이 부는 4월 초, 나의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 중학교 때 만나 10년 넘게 꾸준한 연락을 나누는 우리, 맛난 점심을 먹고 카페도 갔다 벚꽃 내음을 맡으며 경의선책거리를 걷던 중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벤치에 앉으며 나의 9부 청바지는 댕강하며 내 발목을 더 내보였던 모양이다.

"에-헥! 살이 다 텄어!!" 친구는 이내 자신의 가방을 뒤졌다. "이거 무향이라 몸에 안 해로워." 바디로션을 덜어서 담아온 듯 앙증맞은 통을 꺼내 동그란 뚜껑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열고선 상체를 한껏 수그려 내 발목에 로션을 문질러 발라준다.



아 - 이 느낌은 무엇인가.

친구의 손길을 멍하니 쳐다보고 느껴보았다.

사랑이다. 이것이 사랑이구나!



누가 보면 다 큰 여자의 발목을 밖에서 매만져주는 게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난 왜 멍하니 가만히 있는 거지?

아 - 나는 모른다. 


친구의 보드라운 손은 남은 발목까지 포근하게 만져주었다.







그 날 이후, 샤워를 하고 나오면 그때가 생각난다. 벚꽃향기가 어디서 나는 듯하다. 따사로운 오후의 봄 햇살이 날 비추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바디로션을 꺼낸다. "몸에도 로션을 발라줘야 해. 바르는 방법은 난 일단 앉아서 발목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내게 말한다. 나는 로션을 바르기 시작한다.


 

아 - 부드럽고 좋다. 친구의 사랑에다 내 온 맘을 더해 나를 아껴주고 예뻐해주고 있다. 다리가 있어서 팔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오늘도 수고했다.



사랑은 

덜어 담은 로션 통에

친구의 손가락에

나의 발목에

결국은 나의 마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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