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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an 09. 2020

내가 노인이 되면 세상은 얼마나 더 변하고 진보될까?

내 하루의 편린들 12 / 침묵하는 사람들

by 선연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길, KTX에 승차하여 내 자리를 찾고 있었다.

어디 보자.. 와우, 하필, 내 자리의 옆줄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 모양이다.

옥신각신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일단 아무 일도 못 봤다는 듯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들리는 옆줄에서 오가는 말들

"할아버지, 표 끊으신 것 맞으세요?"

"아니 여기는 내 자리가 맞는데 나는 00에서부터 타고 왔는데.."

"여기 제 자리 맞아요. 표 보여주세요"



사람들은 내가 좌석에 앉기 전부터 이 둘의 대화를 '보고' '듣고' 있었고

나도 이제 대략 어떠한 상황인지 짐작 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진작 '알고' '느끼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거랄까..



양복을 입고 계신 할아버지의 연세는 짐작해봐도 고희를 넘기셨고 2G 폰을 매만지셨다.

여성분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당연하게도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예매한 듯 보였다.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여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제 자리 맞으니까 일어나 주세요."



할아버지는 어물쩍하시더니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나시기 시작하셨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실 때 나는 할아버지 옷깃을 붙들었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요즘엔 내 일이 아니면 다들 침묵한다.

모른 체한다.



나 또한 처음엔 그 상황을 모른 척했던 거다.

기차에 타자 마자 그 상황을 알아챘지만 모른 척 묻어두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거다.

타인의 괜한 문제에, 괜한 불편함을 맡기 싫어, 모른 척했던 거다.



물론, 그러한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생겨남을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기본정신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실 때 느끼신 당황, 당혹감, 부끄러움이 내게 전해졌다.

나는 마음속 깊은 어딘가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머리(이성)로 판단하지 않았다.








나는 늙을 것이다.

이미 늙고 있다.

어릴 땐 몰랐던 '피부 재생력'이 이젠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며

항상 젊은 그 모습 그대로일 것 같던 부모님은 눈이 침침해지시고 나이 듦을 숨기기 어려워지셨다.

어느 순간, 다들 늙어가는 것이다.



계속해서 세상이 발전하면

미래의 우리는 혼자 살아가도 될까?



나는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는 편이 되고

도움받을 때가 되면 감사히 도움받는 편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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