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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Sep 08. 2019

여자 혼자 배낭여행

내 하루의 편린들 11

by 선연


    배낭이 주는 안정감과 묵직함을 좋아합니다. '나는 뭐지?'에서 배낭을 메는 순간 '나는 여행자다'라고 정의되며 온전한 자유가 됩니다. 당일 숙소만 정해지면 그날 하루는 끝입니다. 모든 건 다 잘 될 겁니다. 거북 등껍질처럼 내 등에 달라붙은 커다란 배낭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가방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지만 이 가방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가면 된다는 무언의 힘을 느낍니다.



    혼자 여행은 주절주절 설명하거나 껄끄러운 배려를 선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내 입에 맞는 가성비 음식점에서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대로 먹습니다. 좋아하는 빵집을 찾아다니고 하루 한 끼는 샐러드로 먹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길 위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옛날에 맛보았습니다. 요즘의 혼자 여행은 정말 혼자 다니려고 혼자 여행을 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서 내려놓을 때 날아갈듯한 해방감을 사랑하고 다시 배낭을 짊어질 때 가벼운 정신의 나아감을 사랑합니다. 또한, 배낭을 메고 한적한 골목길을 설렁설렁 걸을 때 깊은 곳에서 평화가 우러나옵니다. 나는 천상 여행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돌아갈 집이 있기에 이 여행이 좋은 것입니다. 더 이상 여행이 즐겁지 않다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라는 전제가 나를 안심시키고 즐거울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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