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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Oct 04. 2020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내 하루의 편린들 18 /  食

ⓒ 선연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함께 있는 절대적 시간이 많아졌다.

추석만 해도 토일 까지 5일을 온 가족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부대끼니 없던 짜증과 불편이 알알이 생길 지경이었다.



다름 아니라 밥 문제다. 4인 밥 세끼 차리기. 

나는 엄마도 아닌데 왜 짜증이 나는 걸까?



우리 가족은 웬만해선 끼니를 거르지 않는 타입, 그렇다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진 않는다.

세끼는 부지런히 돌아간다. 먹고 치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금세 저녁이다. 식사 이후 차와 후식은 빠지면 섭하지.



예전에는 왜 몰랐나 싶다. 그땐 어머니 수고를 눈앞에 보고도 보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설거지는 설거지 요정이 나타나 해주는 게 아니다.

다 먹은 그릇은 발이 달려 스스로 설거지통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음식 기름은 물 위를 둥둥 떠돈다.



라면을 끓여먹곤 왜 봉지는 그 자리 그대로 있을까. 분말수프는 칠렐레팔렐레하다.



음식물쓰레기는? 






5일 연휴를 쉬면서 어머니 노동에는 쉼이 없다.

불평도 한숨도 없이 당연한 어머니 모습을 보니 딸로서 더 속이 상한다.



너도 먹고 나도 먹는 함께 먹는 밥, 왜 안 차리고 안 치우시는지요?

너도 쉬고 나도 쉬는 모두의 명절, 왜 너는 쉬고 나는 안 쉬는지?



집안일은 노동으로 보지 않는 심연에 깔린 전제가 문제 아닐까. 



어머니 말씀이 걸작이다.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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