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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Nov 17. 2020

Midnight In Paris

주관적 경험 - 책바

ⓒ 르미오네


2020년 11월 10일, 연희동에 위치한 책바(chaegbar)에 방문했다. 저녁 8시경 도착한 그곳엔 벌써 사람들이 꽤 자리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들어올 위치는 아닌데 그럼 모두 나처럼 여길 찾아왔다는 거구나? 애매한 화요일 저녁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오게끔 만드는 뭔가가 있는 거겠지.



얼떨결에 앉은자리엔 조성진이 있었다. 물론 액자 속에서. 풉,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어제 이 시간에 그의 피아노 공연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만났네! 딱 24시간 만에 말이야!

 


메뉴판 제일 처음에 적혀있는 압생트가 들어가는 시그니쳐 음료를 시켰다. 좋아하는 자몽이 들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술의 소개글에 적힌 마지막 문장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당신을 위해 자몽을 최대한 달처럼 넣어드리겠습니다'  



주인장은 칵테일의 첫 입이 중요하다 말다. 초짜는 시키는 대로 했다. 첫 모금, 그리고 두 모금. 아 이게 압생트구나- 하는 순간이 중간에 쑥 지나갔다. 적절한 균형이었다. 과자 안주를 입에 하나 넣었다. 아 도 취향저격이네. 짭조름한 과자  달달함이 었다.



술은 처음엔 짜릿하다. 하지만 점점 노곤해진다. 어딘가에 누군가에 기대고 싶어 진다. 나중엔 눈이 뜨거워지다 못해 두통이 온다. 아, 음.. 알코올 도수 6%였던 것 같은데...



누구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빠르게 쿵덕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과자를 조용히 깨먹었다. 여전히 곁에는 성진이 있었다. 5년 전 사진이지만, 어제 본 그가 선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술 때문인지 이 곳이 현실세계와는 단절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정성으로 가게를 운영한 주인과 그 가게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손님들, 시간이 함께 더해진 세상, 고유한 느낌.



생각보다 남녀 성비가 비등했다. 음악 선곡도 좋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은 점은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혼자 온 손님이 다수라 가능했다. 조용한 가운데 음악이 들어차고 존재만이 어우러지는 공간, 그 공간이 좋아서 가기 싫었다. 하지만, 돌아가야만 한다. 주인장은 나가는 문을 열어주셨다. 그곤 말했다. "좋은 밤 되세요"



얼떨떨하고 알딸딸한 내겐 몽상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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