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새로운 시작이다!
수험공부 1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최종합격자 발표 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방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났다 한다. 그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지 합격자 명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수험시절, 공무원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합격수기 방’의 글을 읽은 적 있다. 합격해서 이 곳에 나도 글을 올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합격하고 나선 합격수기를 쓰지 못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이미 넘치는 칭찬을 받고 있었기에 굳이 인터넷에 글을 올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합격수기 방보다는 '불'합격수기 방을 더 자주 봤었다. ‘불’ 합격수기 방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떨어진 자의 아픔과 고통을 상상하며 내면화했다. “난 절대 저 감정을 겪지 않아야지” 다짐했다. 그러려면 내겐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시험 합격하면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라는 어머니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종 합격한 나는 ‘모든 고통과 인내는 끝났고 이제 스스로 돈을 벌게 되니 자유로워질 거야’라며 순수하게 생각했다. 만 20세였다 하지만 너무 순진무구했나? 웬 걸? 이제 비로소 산 하나를 넘은 것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 고개 저 고개 넘나들며 오르내리는 게 삶인지 전혀 몰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당시 뭘 해야 할지 모르던 내게 아버지가 제안해주셨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시작했다. 공무원학원에 등록 한 지 한 달 될 무렵,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경찰공무원’ 시험이 제복 입고 경찰차 타는 '그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공무원이라고 하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인데 '그 경찰'분들은 경찰이라고만 생각했지 공무원인지는 몰랐던 거다. 그렇다. 엄청 무지했다. 그래도 그땐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그런 줄 몰랐어요” 당시 시험공부에 흥미를 느꼈고 ‘그 경찰’을 해도 제복 입을 모습이 멋지겠다 상상했다. 막연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경찰공무원이 하는 일은 상상 이상이었다.
경찰관은 범죄를 다루며 거친 현장과 놀랍고 기상천외한 일들을 보게 된다. 거기서 나아가 사건을 처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직업이다. 책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모든 현장은 사례마다 전부 다르다. 배운 대로 그렇게 딱딱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급하고 아수라장인 현장에서 신속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했으며 한 순간의 판단이 생명과 직결되거나 법률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경찰관은 국민을 보호·유지하는 역할도 있으나, 명령· 강제하여 제한하는 역할도 크다. 국민들을 만나다 보면 경찰관에게 이미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다.
돌이켜보면, 만 20세부터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사회적 나’와 ‘본래 나’를 구분해야 하는지 모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자아 혼란이 컸다. 모든 걸 지나고 나니 굉장한 혼돈의 시기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2장에서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