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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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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15. 2019

왜 이별을 말해놓고 왜 아직도 우는가

이별 일기 3

by 선연



나는 며칠 째 아직도 울고 있다.

이별을 선언한 사람은 나인데

누가 보면 내가 차인 사람처럼 울고 있다.


나는 왜 이별을 말해놓곤 아직도 우는가




1. 우리가 헤어지다니...

'우리가 헤어지다니'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우리는 헤어질 줄 몰랐어. 진심이야.

 이 진심을 어떻게 꺼내 보여주지. 난 정말 우리가 이렇게 헤어질 줄 몰랐다.


2. 함께한 추억이 많아서

3년이란 시간만큼 함께한 추억이 너무 많아

모든 것들로부터 그가 떠오른다.


3. 추억들이 매우 행복했다.

싸우고 화냈던 기억보다 서로 마주 보며 웃고, 행복했던 지난 과거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계속 우는 것이다.


4.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아서

머리로는 우리가 헤어지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에선 뭔가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이상한 희망이 맴도는 

머리와 가슴이 불일치한 상태


5. 난 아직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려고 노력했다.

다행인 건 마지막 이유를 제외한 4가지 이유가 보통의 이별한 사람들에게 다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뭔가 이건 잘못 헤어지는 건가.' 

'왜 이렇게 가슴 아프지.' 

'너무 힘들어.'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한 과정을 겪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건 5번째 이유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인지 아닌지 이것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다니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다.




'어쩌면 나는 이별을 인정하기 싫은 걸까?' 


왜? 어째서? 



솔직히 그가 없는 일상이 상상되지 않는다. 너무 의존해버린 걸까. 언제부터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나.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그렇게도 많이 들었었는데.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난 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니고,

그저 의지하고 의존하고 있었던 "어떠한 실체"가 내 삶에서 사라진다는 것에 슬퍼하는 건가?







나는 며칠 째 아직도 바다에서 표류 중이다. 

육지에 닿는 날이 내게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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