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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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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14. 2019

헤어짐에 정답이 있을까? (feat. 싸움의 이유)

이별 일기 2

by 선연



*

작년 12월부터 그와의 위기가 몇 번 있었는지 세다가 까먹어 버릴 정도다.

주변 사람들이 싸운 이유에 대해 물으면 난 늘 그게 뭐지? 하며 멍해질 정도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다.

           

뭐였더라?           


내가 싸웠다고 말해놓곤 마치 싸운 게 거짓말인 양 싸움의 이유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무척 애매하고 너무 사소하고 진심 찌질한, 그런 이유라서 생각이 안 나는 건가.



                                

우리 뭐가 문제지?            



 



*                                      

다투고 풀리고, 다투고 풀렸던, 수많은 싸움 중에 종지부를 찍게 한 최근의 싸움에 대해 말해보겠다.



1. 나와의 약속을 휴대폰 캘린더에 적어놓지 않았다며 그는 약속을 잊어먹었다.


2. 1박 2일 논다고 약속했으나 2일째를 휴대폰 캘린더에 적어놓지 않아 그는 또 약속을 까먹고 2일째 다른 약속을 잡았다.(그러곤 나보고 집에 일찍 가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3. 금요일 밤, 그는 친한 친구 여자 친구의 집들이에 가 술을 급하게 마신 바람에 잠이 들었고 23:55경 ~ 01:30경 까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에게 카톡이 온 직후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10통 모두 받지 않았다.)



                    

3개의 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터졌고 난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마지막 3번째에서 난 무너졌다.


그는 대부분 휴대폰과 떨어져 있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술에 너무 취해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그의 술버릇이 잠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과거에 몇 번 있었으며 그때도 크게 싸우고 다시 화해하지 않았나.


또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술버릇에 대해 말했다. “내가 술 먹으면 자잖아. 너도 알잖아. 급하게 먹어서 그래.”


나는 그 합리화 식의 변명인지 뭔지 모를 말도 이제 넌덜머리가 났다.      


         



*

2시간 사이 그를 향한 내 마음과 신뢰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가 카톡을 보낸 직후 곧장 잠이 들었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친구들과 놀면서,

나와 한 통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은 날인데,

새벽까지 친구의 여자 친구 집들이를 하고 만취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오히려 '대체 너는 또 뭐가 문제이니' 하는 표정을 보이며

그는 나를 답답해했다.                            





       

         

 

비참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계속 비참했다.     


작년 12월부터 그에게 우선순위가 있다면 나를 1번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알겠다고 했으나, 나는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기분이었다.

     





    

*

나에게 문제가 없었을까.


연애를 하는 내 모습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기 어렵다.

둘이 하는 것이기에 연애하는 내 모습을 그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그와 헤어지면서 내게 서운하고 힘들었던 점을 꼽아달라고 하니

첫째, 술을 함께 마셔주지 않았던 점

둘째, 예민함 을 꼽았다.    




           

*

‘이건 아니잖아.’라고 어렴풋이 생각하면서 나는 어떤 희망적인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바뀔 수 있어.

그는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야.

그를 고칠 수 있을 거야.

그는 나를 사랑해.  


   

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나 혼자만의 희망고문이었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혼자 생각하고 힘들었다가 다시 희망을 가져보는 반복의 굴레    

           


진짜 내게 문제가 없었는지 지금도 계속 의문이 들긴 한다.

내가 너무 닦달했는지. 이해심 부족인지. 내 입장으로만 생각하고 해석했는지. 유별스러웠는지.      

    



아직까지 나도 이 선택이 답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나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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