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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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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02. 2019

헤어짐을 말한 날

이별 일기 1


by 선연



    2019년 4월 말. 만 3년을 만난 연인에게 이별을 고했다. 싫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생겨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힘이 들어 그 끈을 놓겠다고 말했다.    

 


    서로 비슷해 점차 가까워지면서 연인이 되었지만 사실 우린 많이 달랐다. 아니면 3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각자가 변화하며 달라졌으려나. 전자이든 후자이든 점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고, 인내, 관용, 배려를 하기 힘들어지며 우리 관계가 옛날과 많이 달라졌음을 둘 다 느끼고 있었다.          





합의 이별인가.





    이별을 고하는 중인 지금 현재까지도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내게 계속 쌓인다고 말했다. 섭섭한 마음.. 이해하려고 머리로 노력해보지만 가슴으로 되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이 나를 계속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계속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내가 나를 위해, 우리의 끈을 놓겠다고 했다. 아직도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우리의 관계를 이어나가기에 내 힘이 붙였다.   

  


    처음엔 당신 탓하지 않겠다고,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중엔 엉엉 울면서 “왜 나한테 좀 더 잘해주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그는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라고 답했다.    

 


     물론 그는 그(he)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노력 중이야.’ ‘아니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괜찮아.’ 이 문제에 관해 서로 다투기도,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방안을 모색하기도 해 보았다.             




 

그날 밤, 머리가 깨어지게 울었다.

눈물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가슴에서 진짜 통증이 느껴졌다.

쓰러질 것 같았다.

울음이 한꺼번에 몰려오다가

또 뚝하고 멈추었다가

눈물이 강처럼 쏟아지다가

두통에 멈춰졌다가

이를 반복하다 잠이 들었다.        


 



    일어난 아침, 내 몸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내 몸의 일부를 하나 떼어낸 느낌이었다. 옛날에 이런 말을 읽거나 들으면 겉으로는 ‘아..’ 하며 공감하는 척했지만 속으론 코웃음이 났던 것이 사실이다. 연인 간의 사랑이란 건 뭘까. 가족 뺀 타인 중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랬던 그가 이제 남보다도 못한 존재라니.. 아찔하다. 마음이 쉬 진정되지 않는다. 원래 헤어짐이란 건 그런 것이라 알고 있었지만, 역시 내 일이 되면 그건 전혀 다른 일이 되어 버린다. 원래 남 일은 쉬워 보이고 내 일이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지 않나.                


    




    나는 나를 위해 힘을 내어보기로 했다. 우리 둘 사이에서 그는 느끼고 못하고 나 혼자 힘들다는 감정을 자주 느껴왔기에, 그런 나를 위해 내가 결단을 내려 보았다. 그가 나쁜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그가 갖고 있는 기준점과 내 기준점이 달랐다. 그건 살아오며 만들어진 고유한 기준점이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억지로 바꿔 맞추기 힘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며 감정을 객관화시키고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어 졌다. 물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3년의 시간을 정리하다 보면 내 감정도 서서히 누그러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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