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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ul 09. 2021

내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깨진 컵

© 르미오네




영롱한 빛깔

특이한 색을 가진 너를 본가에서 왔지.

내가 가진 5개의 컵 중, 당연 넌 내게 1등이었다.




도자기 컵이 주는 따뜻하고도 든든한 위로. 플라스틱 컵이나 세라믹 컵보다 무겁지만 특유의 묵직함이 좋으니까. 넌 전자레인지도 가능한 훌륭한 친환경컵이잖아.




왜인지 오늘 아침, 너설거지하다 '이게 깨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들었다. 나란 사람은 문득 든 생각과 감이 현실로 잘 실현되더라. 1초도 채 되지 않을  '~할 것 같은데', ' ~면 어쩌지' 그러다 하고 벌어지는 마 같은 순간.





사실 요 며칠 5일 동안 안개 같은 기분이 가시질 않다. 초초초필살기였던 동생과의 전화통화까지 길게 하고 그래도 여전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분이 안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은 건 아데. 뭔가 찜찜하면서 약간 답답한.




아 대체 어쩌자고, 어쩌려고, 이게 무엇일까?

기분 전환을 위한 책도 게임 그 순간일 뿐 다시금 정체불명의 안에 파묻혔다.




다시 꺼내드는 또 다른 나만의 기.

따뜻한 초코우유 만들기.

5개의 컵 중 전자레인지 가능한 컵이 2개일 뿐이니 당연히 컵은 너였다.

전자레인지에 돌 따뜻해진 우유에 카카오가루와 꿀을 넣어 숟가락으로 성.




그렇게 맛있게 마시책상 위 컵을 치우지 않서인지 갑자기 날라든 파리를 잡으려

헛방  손이

컵에 꽂혀있던 숟가락을 건드

바닥으로 컵이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 깨진 컵.


잡을 순간조차 주지 않고 벌어진 통사고같은 일 허망함 몰려왔다.




그렇게 한동안 꿈쩍하지 못했다. 그 자세 그대로, 애도했다. 나의 부주의함과 나의 게으름 혹은 여름날의 날파리.. 아무튼 넌 죄가 없어. 이름 없던 나의 컵, 마웠다.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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