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상기시켜요
중학교 3학년 때 다른 지역에 뮤지컬을 보러 갔었다. 순전히 그 당시 좋아했던 연예인이 공연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좌석은 1열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걸음 떼면, 무대 위 그를 부둥켜안을 수도 있을 법한 거리였다. 놀랍게도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초집중의 첫 경험이다.
그 이후, 상황을 의도해서 집중하고 나면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의도한다는 건 이 상황을 잊고 싶지 않아 간절히 기억하고자 할 때를 말한다. 보통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와 같은 다짐을 속으로 한다.
이 능력은 앞선 이야기처럼 좋았던 상황뿐 아니라 부정적 상황에도 사용된다. 부정적 상황의 기억이란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기억할수록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걸 알아서 잊고 싶지만 은근히 잊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기억'
머리로는 생각한다. 잊을 건 잊어버리는 게 편하고도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말한다.
"그 상황을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더, 나는 강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주 즐거웠던 기억과 아주 나빴던 기억, 끝단의 둘을 꺼내보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