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기와 글쓰기
비로소, 나를 알아가는 여정의 마지막 즈음이지 않을까 한다. 어느 때보다 내면이 안정적이고 성숙해진 기분이다. 부드러워지고 유쾌해져서 많이 웃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 남을 위하면서 동시에 나를 지킬 줄 알아서 흔들려도 금세 회복된다.
욕심을 내본다면 유연함이 약간 필요하다. 영리하게 하얀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다. 감정에 솔직해 속절없이 다 드러내는 사람. 순수하다 말할 수도 있는데. 글쎄, 간파하기 쉬운 사람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남들에게 파악당하고 싶진 않은데... 또또또 깊어지고 있다. 휴, 너 편한 대로. 네 모습대로 행동해. 제발. 그냥 너답게 행동하면 돼.
가끔 마음'만' 분주하거나, 머리'만' 복잡할 때 그 자리에서 눈을 감는다. 어디서 본 대로 시각만 차단해도 효과가 좋다. 한결 차분해진다. 그다음 숨에 집중해 보고, 머릿속 엉켜 다니는 생각과 걱정과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뭐가 그리 걱정스러운지, 살펴보는 것이다.
경험해 본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거다. 생각 정리를 안 하면 걱정이 점점 쌓여 생각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된다. 결국, 생각이 실행을 방해한다. 한 번도 실행 안 해봤으면서 생각만으로 이미 지쳐버린 상태! 극심한 완벽주의자 혹은 게으른 완벽주의자 혹은 그 둘 다.
혹은 이럴 때도 사용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의식(리추얼)으로 행하는 것이다. 잠깐이어도 좋다. 눈을 감는다. 들숨 날숨 심호흡 두 번. 눈을 뜬다. 시작! 좀 더 즐겁게 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과 잘 해낼 것이라는 긍지를 다진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매일 글을 쓰고 싶은데 씀은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창작이 그렇다. 무에서 유란 고통이다. 그래도 완성 이후 찾아오는 기쁨 때문에 쓴다. 그래, 고통을 알면서도 반복하는 걸 보면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