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헐벗음

겨울, 생각의 흐름

눈사람, 비둘기, 마케팅

by 르미오네

1.

눈사람을 봤다. 누가 이곳에 만들었을까. 위치와 시간상 점심시간에 직장인이 나와 만들었다고 추정한다. 손은 시리지 않았을까. 그래도 저 정도 크기를 만들려면 시간이 꽤 들었을 텐데 나름 정성이다. 눈사람은 뭐든 귀엽구나. 몸통에 '다슬'이라고 세로로 적혀있다. '다슬'이라는 사람이 만든 눈사람일까. '다슬'이에게 보내는 눈사람인 걸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그게 더 몽글거린다.











2.

좋아하는 생각인 '뭘 먹지'를 궁리하며 걷고 있었다. 다만 엄청나게 추웠던지라 길에 사람이 없었다. 그 와중에 길 가운데서 비둘기를 봤다. 반쯤 갈라져 있었다. 뭔가 빨간 게 보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려 했다. 눈을 거뒀다. 로드킬 당한 비둘기. 그런데 자동차가 뒤로 후진한 걸까? 내장이 튀어나오지 않아 밟힌 것 같진 않다. 날이 추워 그대로 얼어버린 건가. 갑자기 치킨이 떠올랐다. 배가 고팠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내 다독였다. 구석기시대 유전자가 몸에 남아 있어서 그래. 나를 위로했다.












3.

국화빵을 한 번 사 먹은 이후, 재미를 붙였다. 오호, 붕어빵 판매보다 국화빵 판매가 그나마 수지 타산이 맞나? 저기 저 횡단보도 건너편 집에는 무얼 팔까. 가까이 가보자. 보도를 건넌다. 국화빵, 1 봉지 3000원. 아뿔싸. 목도리와 모자 사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 고민한다. 3천 원과 그의 눈. 만약 이 상황에서 우리 엄마라면 그의 눈을 본 이상 지갑을 연다. 난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엄마에게 대입해 나를 보지 않는다. 느리고 무거워진 발걸음을 다잡는다. 대신 이전에 갔던 국화빵집에서 2천원치 9개 사 먹을 거다.



(P.S. "1 봉지 3천 원"이라고 하면, 손님은 수량을 예상할 수 없어 구매하기 꺼려짐

=> 물어보는 단계가 한 번 더 필요하게 되는데 요즘에는 귀찮아서 아예 묻지를 않음

=>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해서, 예측가능하게 해 주고, 고민의 단계를 줄여주자!

[ex : 1000원=4개, 2000원=9개 vs 1 봉지 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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