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이 많이 내린다는 건 내년 농사가 잘 된다는 뜻이니 힘들 내시라' 어느 댓글이었다. 근거가 있는 걸까? 어릴 적 할머니가 밤하늘을 보시며 내일 날씨를 맞추신 것처럼 대강 그런 종류의 지혜인 걸까? 두유를 마시며 눈길을 걷던 중이었다. 맞은편에 공사장이 보였다. 걸음을 멈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잠시, 두유를 마시는 동안 일하시는 아저씨를 지켜봤다.
2.
여기도 도로공사를 하는구나. 드르륵드르륵 시끄러운 소리와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행인들 사이로 오롯이 집중하고 계신 분들. 감사한데 사실 가끔 귀찮다. 아니 자주 귀찮다. 왜 이렇게 공사가 많을까 싶다. 결국은 다 우리를 위해 고쳐주시는 건데도 말이다.
3.
내게 아버지는 좋은 감정보다 미운 감정이 크신 분이다. 느닷없이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길러주셨다.' 조만간 편지를 쓰려고 한다. 희생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담을 것이다. 글씨 크게 적는 거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