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헐벗음

나이만 먹어가는 아이들

탐구

by 르미오네

이런 기분이 가끔 나에게만 드는 게 아니길 바란다. 모든 게 다 싫어질 때, 갑자기 내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 홀연히 실패자가 돼버린 기분 말이다. 사실 이건 감정일 뿐이다. 감정의 농락이자 장난질일 뿐이다. 거기에 놀아나면 안 돼, 빠져들면 안 돼.






길을 걷다 문득 소릴 질러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이동할 때 혹은 좁은 공간을 건너갈 때 그렇다. 내가 미쳐가나?






아니 미쳐가는 게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러고 싶은 나를 알아차릴 뿐 안 그러니 괜찮다. 실제로 소리 지른 적은 한 번도 없다. 행동하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성이 있지 않는가. 사람이라면 이성을 사용해 행동을 제어해야 한다.






어쩌면 아버지가 고함치시는 모습을 극히 싫어했기 때문에 반대로 내가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이걸 동생이 듣는다면 누나는 또 기승전 부모탓이냐라고 하겠지만 난 어릴 적에 형성된 게 크다고 본다. 지금 까지로서는 말이다. 스스로를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더 뿌리 깊은 곳은 어린 시절 모습이다. 알고 보면 우린 전부 나이만 먹어가는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노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영원 아이인 게 아닐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