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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an 30. 2023

아 그거 어디 놔뒀지?

이거 나만 그래?

울고 싶은 날이다. 울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 듯한데 한 살 더 먹었다고 눈물샘도 한층 말랐는지 눈물이 안 난다. 눈물 많은 내겐 차라리 잘 된 일일까?




아니 그나저나, 지금 괴롭다. 뭔가를 적어둔 종이가 사라졌다. 정리를 해놨어야 했는데. 어딘가에 박혀있을 거라 믿고 싶다. 버린 건 아닐 거야... 최근에 몇 개의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장면이 자꾸 머리에서 재생된다. 설마 거기 안에 섞였을까? 휴, 잃어버렸을까 봐 걱정스럽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한꺼번에, 그것도 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 한다. 사자에게 도망치듯 숨 가쁘다. 미루고 싶을수록, 귀찮을수록, 하기 싫을수록, 그때 바로 해야 한다.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운동 계획을 미리 세워서 예약까지 해놨음에도 운동 갈 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스스로를 속였다. '설연휴니까 하루 쉬자.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운동하기 싫다는 합리화였다. 겨우 운동하러 갔는데 막상 가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악마의 유혹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난 종이에 꽂혔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동요한다. 집에 가서 종이가 있는지 없는지 봐야겠다. 종이의 행방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그런데 연휴 시작으로 집에 돌아가려면 4일 정도 남았다.




오죽하면 유튜브를 켰다. 검색어 '진정되는 음악'. 누군가 올려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얼른 상단 첫 번째 동영상을 누른다.




스스로를 시험한다. 참을 수 있을 것인가. 물리적으로 보자면 집에 돌아갈 수야 있다. 하지만 이건 무언가가 걸린 급한 일이 아니다. 큰일 아니라고 나를 다독인다. 그런데 책상 위를 깔끔히 치우고 나왔는데 그때 안 보였었다. 집에 있을까 과연?




가방만 수십 번째 뒤지고 있다. 이젠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강제적으로 마음을 내려놓는다.




게으름은 무섭다. 눈덩이 마냥 작던 것이 크게 불어난다. 2주 전부터 정리해야지 했던 종이였다. 며칠 전 분명히 스치며 봤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괜찮아. 집에 있어도 괜찮고 어딘가에 잃어버렸어도 괜찮다. 다음부터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바로 처리하면 되지. 깨닫고 배웠으니 됐어.




사실 이건 금전적인 손해도 아니며 뭣도 아니다. 그저 그 기록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다. 돈만큼 무형의 노력들이 내겐 참 귀중한 가보다. 아깝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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