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헐벗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미오네 Mar 01. 2023

이제야 어른이 되려나 보다.

앞자리가 바뀐 소회

올해 앞자리가 바뀌었다. 빠른 년생이라 6월이 되면 다시 20대로 회귀할 수 있다. 국가가 주는 과분한 영광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왠지 떠오른다. 남은 4개월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난 다시 20대가 되는 것이다. 하하.




20대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묻는다면 사실, 글쎄. 지금 아는 지혜들을 내려놓기 싫다. 그냥 이대로 살련다. 조금씩 '나'가 편해지려는 참인데 20대로 돌아가서 무얼 하리. 젊음의 반짝임은 예쁘지만 혼돈의 시간이기도 해 여태껏 잘 지내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중학교 시절에 떠올린 30살의 나는 근사하고 멋진 커리어우먼이었다. 결혼은 상상되지 않았었는데 과연 그것만은 정확하다. 




20대 초중반 때 중학교 시절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다.

"와 우리가 벌써 00살이라니... 우리 늙었다."

그렇게도 애늙은이들이었다. 돌이켜보면 뭘 해도 예쁜 애기들이었는데.

그리고 하나 더, 

"야 우리 중학교 때랑 똑같지 않냐? 겉만 바뀌었지 속은 그대로야!"




지금의 나는 저 시절 애늙은이 때와는 반대로 오히려 철을 덜 먹고 싶다. 이게 진짜 늙어가는 증거이려나. 아아 아서라. 또 몇 년 후 지금의 나를 그 예뻤던 시절이라며 구구절절할 수 있으니 그저 오늘을 살련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련다. 앞날도 모르겠고 흘러가버린 과거도 모르겠다. 아는 건 오로지 오늘 뭐 할지 그뿐이다. 




나이를 먹어도 나를 달래 가며 살아야 한다. 

이제 한 발짝 띤 아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젊음을 먹고 자란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