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헐벗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미오네 Mar 03. 2023

산다는 기쁨이 무겁지 않게

뭐 별거 있나요


아, 집에 가고 싶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아니 속에 달고 사는 말이다.
무섭고 두렵다. 혹시 이 길이 또 아닐까 봐.



관심 가는 길마다 기웃거렸다. 필라테스, 목공예, 속기 등 때마다 이 길이 내 길이라 여겼다. 이제는 정말로 맞아야 할 텐데, 만약 이것마저 아니라면? 그때의 허망함을 마주할 자신이 남아 있지 않아 이젠 시도조차 망설여진다.



잘 살 수 있을까? '잘'이라는 겨우 한 글자 앞에서 고꾸라지듯 자꾸 무거워진다. '잘'이라는 게 대체 뭐라고. 지금에만 집중해도 된다. 오늘을 열심히 살면 그것들이 쌓여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던 나는 어디로 갔나.



이토록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흙으로 돌아가는 게 근원의 집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차피 결국 흙이 될 텐데... 하고 싶은 대로 살다 가자! 기간의 끝은 정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으니, 주어진 시간을 살자!



답을 찾기 위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붙들어 묻기도 했다. 절에 들어가 스님에게 말씀도 구했다. 온갖 책을 뒤져보고 강의들을 찾아다녔다. 결론은 이것이다. 각자의 답은 다르다. 마치 호텔 방마다 열쇠가 다르듯이 말이다. 저 사람의 방 열쇠가 내 방문을 열 리가 있을까?



안에서 답을 구하는 과정이 더 힘겹다. 그래서 여태껏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외부를 헤맨 요량이다. 내면의 못난이가 아직은 부끄럽다.



그럼에도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어쩔 땐 나 자신과 놀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치 친한 친구와 단둘이 만날 때 기분과 비슷하다. 이렇게 도닥이며 살아가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야 어른이 되려나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